[금융사 스토리-KB금융지주] 아픔 딛고 ‘국민의 금융 파트너’로 우뚝

[금융사 스토리-KB금융지주] 아픔 딛고 ‘국민의 금융 파트너’로 우뚝

기사승인 2017-02-27 11:31:45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KB금융지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업지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금융그룹이다. 주요 계열사로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저축은행,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KB데이타시스템 등을 두고 있다. 

375조7000억원(관리자산 등을 포함할 경우 590조)에 달하는 그룹 총자산은 올해 정부 예산(약 400조원)에 맞먹는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자산 307조1000억원, 거래고객 3030만명, 자동화기기 1만여대, 영업점포수 1000여곳, 모바일 고객 1000만여명, 인터넷뱅킹 고객 2000만여명 등 규모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이처럼 KB금융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사다. 한편으로는 차지하는 비중만큼 국내 금융의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KB금융의 엄청난 규모 이면에는 직원 1인당 생산성(순이익) 최저 수준(약 1억원), 합병 후 노조 및 직원간 파벌갈등, 금융비리 백화점 오명,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등 금융권에 내재한 구조적인 모든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과거의 폐단을 지워가면서 신뢰받는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과 같은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도 감수했다. 

KB금융의 모태, 서민금융전담 국민은행 설립

KB금융지주의 모태는 1963년 설립된 서민금융전담 국책은행인 국민은행이다. 1995년 민영화됐으며 2000년 한국주택은행을 합병해 현재 KB국민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한 고 김정태 행장의 지도력 아래 국민은행은 2000년대 급속히 성장했다. 주택관련 상품 판매하고 로또 복권사업을 유치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2005년 무디스 선정 아시아 10대 은행으로 뽑혔고, 2007년 국내최초 인터넷뱅킹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계파 차별없는 화합 경영을 실천한 김정태 회장의 뜻과는 다르게, 그의 초대 행장 임명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파벌 싸움의 단초가 됐다. 두 은행의 합병 초기부터 노조간 파벌 싸움이 엄청났으며 지금까지도 간간히 벌어지고 있다. 

성장을 거듭하던 국민은행은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설립 본인가를 취득, KB금융지주로 공식 출범했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는 금융산업의 글로벌 가속화, 전통적 은행업무의 수익성 감소, 자본시장 확대, 종합금융 서비스에 대한 요구 증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코자 전사적 중장기 발전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주체제로 전환… 금융권 폐해 드러내

KB금융은 이처럼 그룹의 도약을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지만, MB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의 표적으로 전락했다. 조 단위였던 그룹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0년 883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황영기 초대회장에서 시작된 KB금융지주 최고경영진의 낙하산 인사는 3대 어윤대 회장, 4대 임영록 회장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회장 직무대행 2대 강정원 부회장(전 국민은행장)을 포함, 이들이 써내려간 KB금융의 흑역사는 국내 금융의 어두운 실상을 낱낱이 드러냈다. 이들 모두는 경영상 책임 등으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지만 부당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의 임기동안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 금융사고 축소 보고,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사건, 본점 채권횡령사건, CD금리 담합 및 가산금리 부당취득,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가짜 입금증 위조 사건, 친인척 자금관리 직원 비리 등 KB금융이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고 터졌다.

박근혜 정부 경제권력 암투 축소판 ‘KB사태’

이들 가운데 임영록 회장이 KB금융의 흑역사 정점을 찍었다. 그는 그룹 내분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문제까지 뒤흔든 ‘KB사태’ 주역이다. KB사태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벌어진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이건호 행장은 사퇴했고, 임영록 회장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맞서다가 그룹 역사상 최초로 해임됐다. 

이와 관련 김기식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B사태가 박근혜 정부 내 경제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기식 의원은 “KB 사태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 경제권력 간의 권력 투쟁이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반 퇴진했듯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부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과 최종구 수석부원장 모두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금융권에 큰 파문을 던졌다. 

실제 KB사태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금융 실세 가운데 한명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외한 신제윤 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최종구 부원장 등 당시 금융당국 핵심인물들이 모두 옷을 벗었다. 

윤종규, 아픈 과거 딛고 화합·신뢰 회복 이끌어

암울하던 KB금융에 앞길에 한줄기 빛을 밝힌 건 윤종규 현 회장이다. 그는 내부출신으로 낙하산이 판치던 KB금융의 경영진을 정리했다. 또한 금융당국에 이사회 개편을 담은 지배구조개선안을 제출했다. 또한 내부 화합을 강조하며 ‘리딩뱅크 탈환’, 소비자 신뢰 회복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에 더해 내부 갈등에 기름을 부었던 사외이사들도 모두 사퇴하며 그룹 살리기에 동참했다. 

또한 윤종규 회장은 저금리, 경기 침체라는 열악한 영업환경 속에서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소매금융(리테일) 등에 역량을 집중, 그룹의 수익성도 개선해 나갔다. 이런 윤회장의 노력으로 KB금융은 지난해 2조14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업계 선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더구나 이는 8000억원 이상의 명예퇴직 비용을 지급하고도 얻어낸 성과라 더욱 돋보인다. 올해 실적 전망치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2조300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취임 초기 하락세던 주가도 2만7600원까지 바닥을 찍은 후 지난 10일 최근 5년새 최고치인 4만8650원까지 올랐다. 미국 트럼프 당선, 대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KB금융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 리딩뱅크 재도약

윤종규 회장은 지난 1월 차별적 시너지 창출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금융 선도 등을 올해 전략 과제로 꼽으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역량을 집중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핀테크 강화와 해외 진출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KB금융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다. 핀테크를 좀 더 발전시킨 디지털로 갈 것이고, 동남아 등 해외진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회장은 신년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등 금융그룹의 위상 회복이 결코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이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만유심조(萬有心造)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잡고 힘차게 나아 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하며 ‘국민의 든든한 금융파트너’를 향한 힘찬 항해를 다졌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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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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