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호봉호(避狐逢虎),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 이것을 세금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읽혀진다. 세금을 조금 덜 내려하다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 피호봉호(避狐逢虎)의 사례는 세법의 여러 부분에서 발견된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로 부당행위계산을 부인하는 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회사가 그 내부자와 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세금을 줄일 경우, ‘호랑이’같은 세금을 물리게 하는 제도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내부자와의 부당한 거래를 규제하는 제도인 부당행위계산 부인에 대해 살펴본다.
내부자, 부당행위
내부자는 누구일까? 세법에서는 이들을 ‘특수관계인’이라고 부른다. 특수관계인에는 회사의 임원, 종업원, 대주주가 포함된다. 이들의 친족도 특수관계인에 포함될 수 있다. 대주주는 지분율이 1%를 초과하는 주주를 말한다. 특히 임원의 경우 퇴직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사외이사가 아니었던 자도 특수관계인에 해당된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 등도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부당행위는 무엇일까? 부당행위란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거래나 행위로 결과적으로 회사의 조세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나 행위의 경제적인 합리성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정상적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임원에게 무이자로 주택자금을 빌려주었다고 하자. 임원은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또한 회사는 이자를 받지 않았으므로 정상적인 거래라면 받아야할 이자수입이 줄어들어 법인세를 적게 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거래는 부당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업의 거래나 행위가 세법상 부당행위로 인정돼도 그 거래나 행위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 거래나 행위 자체는 인정되며 단지 그로 인해 계산되는 과세소득이 조정된다.
한편 부당행위는 조세를 회피할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조세회피 의도가 없더라도 특수관계인과 회사 간의 거래나 행위가 결과적으로 조세부담을 줄이는 거래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당행위로 인정된다.
부당행위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
회사의 거래나 행위가 부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그로 인해 줄어든 소득을 회사의 소득에 더해준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부당행위로 인해 줄어든 소득에 대한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 또한 거래상대방인 특수관계인은 부당행위로 인정된 금액을 회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아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담하게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임원에게 무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준 경우 회사는 정당히 받아야 할 이자수입 상당액을 회사의 소득에 더해 법인세를 내야하고, 임원은 그 이자수입 상당액을 근로소득에 가산해 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부당행위는 세무조사를 받을 때 적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과거에 신고한 금액과 세액이 잘못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회사는 미납한 본세뿐만 아니라 가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합리적인 부당행위 규제제도 필요
현행 세법에 따르면 부당행위 규제제도는 부당행위 요건에 해당되기만 하면 기계적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 즉 개별적인 경제환경이나 거래상황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제적인 합리성이 있는 거래나 행위라 하더라도 그 거래나 행위가 세법에서 정한 부당행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납세자는 부당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상거래에 대한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시가는 세법에서 정한 가격만이 적용된다. 매매사례가, 감정가, 상증법상 시가의 순서로 적용한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시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
요즘은 공정성이 화두인 시대이다. 조세회피를 막고 공정한 과세를 위해 경제적인 합리성에 근거한 부당행위 규제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즉 과세당국은 부당행위 적용여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경제적 합리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세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세법에서 구현하기 위해 합리성이 인정되는 시가를 인정할 수 있는 법률의 개정도 필요할 것이다.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