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최근 불거진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교실 법인 교수 채용 논란과 관련해 서울대학교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현 대학본부 집행부 인사는 15일 쿠키뉴스와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권준수 정신과 교수가 제기한 의혹을 반박했다.
해당 인사는 2015년 최초 교수 선발 당시 재공고가 이뤄진 것은 특정 후보를 교수로 뽑기 위한 꼼수로 비쳐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권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공고는 절차상 하등의 문제가 없고 대학이 공연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밝혔었다.
특히 성낙인 교수의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해 해당 인사는 “총장은 최종 인사권자이고 ‘본부 임용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이며 “성 총장이 자의에 의해 의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권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해당 인사는 “2015년 당시 ‘정신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과내의 정치적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정신과의 과내 선발 프로세스에 파벌 및 권력 다툼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를 포함해 정신과 법인 교수 대다수는 ‘사실확인서’를 작성, 과 내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고 주장했었다. 해당 인사의 해명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지난 2015년 2학기와 2016년 1학기 등 2회에 걸쳐 진행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이하 정신과) 법인교수 채용 건이 대학본부 교원인사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성낙인 총장이 이를 전 교무처장에게 지시했고, 이는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지난 2003년에 만들어진 ‘본부 임용 자문위원회’는 각 학과 및 단과대학에서 올라온 (교원) 임용 선정 대상자들을 본부 인사위에 상정할지 말지를 판단한다. 총장이 모든 케이스를 일일이 알 수는 없기 때문에 해당 위원회에서 (본부 인사위에 채용 건을)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총장이 개인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서울대 법인화 이전) 국립대학 당시부터 이 같이 진행해왔다.
-성 총장의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됐는데.
△대학의 인사문제는 학과의 여러 요인, 즉 정치적인 지형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그런 것들(내부 정치 논리에 의한 인사 결정 등)이 올라왔을 때, 그런(학과내 정치 지형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정치적인 이유로 최적의 후보가 배제되는 것은 대학 발전에 저해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절차(본부 임용 자문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2015년 2학기에 정신과를 비롯해 인문대학의 교수 채용건도 본부 인사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정신과 내부 프로세스로 선발한) 후보와 관련해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다. 인문대도 이와 거의 동일했기 때문에 본부 인사위원회에 상정이 안됐다.
-2015년 2학기 채용 당시 재공고가 이뤄진 것에 대해 정신과 일부 교수는 전례가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공고에 대해 대학 본부에서 이른바 핑계를 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파악컨대 (정신과) 내부에서 (교수 채용과 관련한) 분쟁이 있던 상황에서 재공고는 ‘뭔가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재공고에서 최초 공고와 달라진 부분은 특정인을 뽑기 위한 것 아닌가. 학계에서 재공고는 이 같은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정신과 내부의 완력 다툼과 정치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건가.
△현재로선 확답할 수 없다. 당시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단 얘기다. 앞서 밝혔듯이 2015년 2학기 교수 채용과 관련해 본부 인사위원회에 상정이 불발된 사례가 의과대학 정신과와 인문대학 2건이 있었다. 2016년 1학기에 정신과는 전년도와 동일한 후보를 본부 인사위에 올렸지만 인문대는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 채용 건을 올리지 않았다. 이를 보더라도 당시 나름의 적절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인다.
-정신과 교수 선발 프로세스가 의대 타 과와 비교해 뚜렷이 구분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보는가.
△미루어 판단컨대 정신과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졌고, 이 점이 타과와의 차이점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채용을 둘러싸고 학과 내의 정치적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당시 위원회는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리하면 이른바 ‘본부 임용 자문위원회’는 완력 다툼, 학과내 정치적 갈등이 교수 임용 시 작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란 건가.
△총장이 누구인지는 관계없다. 모든 인사와 관련해 단과대학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총장이)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 일종의 자문위원회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성낙인 총장 한 사람이고, 이것이 위원회나 자문위원회 등의 형태로 둔갑이 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해당 위원회는 정운찬 전 총장 때부터 만들어져 운영돼 왔다. 성 총장이 전권을 행사코자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켰다면, 역대 총장들도 이 같이 운영해왔단 건가. 타 사립대학의 경우 신규 교원 임용 시 최종 절차는 총장 면접인 경우가 많다. 총장이 인사권자이므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총장이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경우 앞서 설명한 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해당 위원회의 구성원 및 기능, 역할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혀 달라.
△위원회의 공식 명칭 및 구성 인원 등에 대해 추후 다시 밝히겠다.
-성낙인 총장의 인사 개입은 의과대학의 인사 프로세스를 무시한 처사이며 단과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는데.
△단과대학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단과대학 및 학과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교수 입장에서 볼 때 학과에서 결정한 인사 사안을 본부에서 뒤집는 것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좋은 모양새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단과대학에서 올라오는 안건들이 공정하게 진행됐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일종의 모니터링 절차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본지 보도 이후 서울대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을 텐데.
△의대도 서울대 일부다. 이 문제로 인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짐작컨대 권준수 교수가 격노한 이유는 본인이 판단컨대 가장 적합한 후보의 교수 임용이 좌절됐기 때문일 것이다. 심정적으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교수들은 인사 문제에 민감하다. 다만 같은 서울대의 구성원으로서 내부절차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의대 길들이기 발언 등은 누워서 침 뱉기 아니겠는가.
-언론에 내부 고발한 동기가 ‘화’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신과에서 선발한 후보가 의대 인사위를 통과한 만큼 의대 차원의 문제이다. 권준수 교수 개인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권 교수가 해당 후보와 친분이 있거나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고 본다.
-과거 직선 투표에 의한 총장 선출 당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성낙인 총장이 표를 많이 갖고 있는 의대의 비협조 때문에 정신과 교수 채용 건을 이른바 의과대학 길들이기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권준수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인다. 전혀 근거가 없다. 총장 후보는 서너 번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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