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그 옛날 공자가 말했습니다. “하늘을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子曰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이니라)” 줄이면 순천(順天), 이런 뜻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마을 향(鄕)자를 갖다 붙이면… ‘순천향’.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맞습니다. 순천향대학교의 순천향이 바로 여기서 유래합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본인에게 ‘하늘’이란 무엇인지 확고한 기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교수에게 하늘이란 ‘힘과 권력’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유라씨의 아이를 받은 사람이 이 교수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사연인지요.
이렇게 열심히 일했건만 이 교수는 ‘콩고물’ 하나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까짓 ‘의료계의 비선실세’ 정도를 갖고 세간에선 이 교수를 비판하던데, 거 사람들 그러지 마셔요. 대통령을 움직이는 최순실 일가가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그 건강을 책임진 막중한 임무를 완수한 이 교수 아닙니까. 뒤에서 그깟 의료계를 쥐락펴락 한 게 무슨 그리 큰 잘못이라고 말이에요. 거참 야박하십니다, 그려.
박영수 특검도 그래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이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해준 사실이 없다” 이 말 한거 갖고 그렇게 구형하면 어째요.
사람이 살다보면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위증을 했다고 이 교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까지 구형을 하고…. 최순실 건강 돌보랴 의료계 비선실세하랴 이 교수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구렁이 담 넘듯 스리슬쩍 넘어가주면 오죽 좋아요?
이 교수가 재판부에 한 말은 구구절절 와 닿습니다. “집행유예 이상이 선고되면 불명예 퇴직하고 연금도 2분의 1로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2년이 채 남지 않은 정년까지 일을 마무리해 명예롭게 퇴직하고 정년 후 받을 연금이 반감되는 어려움을 겪지 않게 선처해 달라.” 이임순 교수의 이 간절한 바람,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이 순수함. 이 교수의 간절한 마음에 ‘하늘’도 감동한 걸까요. 재판부는 18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교수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가 작성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탄원서에서 말하는 선처란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 자제로, 이는 다시 연금 100% 수령으로 연결됩니다. 이 교수가 재판부에 읍소한 내용과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겹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탄원서는 어디서 작성된 걸까요?
순천향대학교? 순천향대서울병원? 순천향대 소속 타병원? 아니면 전부다?
어디가 됐든 이임순 교수의 연금만은 지켜달라는 이 ‘자발적 움직임’을 보노라면 감동(?)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조직의 논리’로 서명을 강요하는 무지막지한 일은 절대로, 절대로 없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렴요. 이 교수가 어떤 분입니까.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대수겠습니까. 연금을 지켰단 게 중요하지요.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에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순천향의 의미. 이임순 교수와 탄원서에 서명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늘’의 의미는 같을까요? 다를까요?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