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가 서울 분양시장 안 좋데?…신규 분양에 투자·실수요 '바글바글'

[르포] 누가 서울 분양시장 안 좋데?…신규 분양에 투자·실수요 '바글바글'

기사승인 2017-05-23 04:00:00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5월 장미대선 이후 새롭게 개막한 서울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이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청약규제, 금리인상 등 여러 악재가 많아 분양시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불식시키듯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모여 청약 열기를 올리고 있다.

낮기온이 30도를 웃돌며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19일 서울에서 대선 이후 첫 신규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 5번 출구에서 5분여 남짓 걸어가자 SK건설이 짓는 '보라매 SK뷰' 견본주택이 나왔다. 견본주택 외부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견본주택 내부 역시 인파로 가득차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후끈한 열기로 가득찼다. 방문객들은 중장년층부터 아이를 업고 온 엄마, 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이 있었고, 상담 순번을 기다리기 위해 의자가 없어 바닥에 쭈그러 앉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파로 붐비는 견본주택 안에서 한 중년 남성이 기자에게 종이 한장을 건넸다. 중년 남성은 본인이 한시간 이상 기다려 번호표를 두장 뽑았는데 한장이 남아 준다는 것이다.

50대 남성 김모 씨(여의도)는 "여기 당첨되면 그냥 앉은 자리에서 몇 천만원 버는것 아니냐"며 "청약규제 이런건 잘 모르고 일단 되면 당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양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방문객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관계자들도 놀랐다"며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을 보면 60%가 실수요자, 40%는 투자 수요"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대선 이후 새롭게 개막한 서울 분양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양 성수기가 실종될 만큼 잠잠했던 것과 달리 서울 분양시장은 아직 수요가 충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며 향후 청약시장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방향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는 이유를 두가지 정도로 축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서울은 아직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과 신길뉴타운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그 이유다.

먼저 신길뉴타운은 146만여㎡ 규모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뉴타운이지만 과거 저평가 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새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새롭게 재평가 받고 있다.

실제 '보라매 SK뷰' 바로 옆에 있는 '래미안 에스티움'은 첫 분양가 대비 입주시점인 현재 2억원 넘게 올랐다. 이 아파트는 2014년 11월 분양가가 84㎡ 기준 5억 6000만원대 분양됐지만, 이달 실거래가는 7억4000만~7억7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이미 분양한 단지들이 최소 1억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학습효과로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올 하반기 신길뉴타운에 공급될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기 전에 분양받자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견본주택의 풍경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 11.3 대책의 방향과 전혀 어긋나 보였다. 정부의 청약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청약시장은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아무리 강력하게 청약을 규제해도 서울 분양시장에는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내 집 마련 실수요와 더불어 시세차익을 위해 모인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지역이 11.3 대책으로 까다로운 청약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서울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다"고 분석했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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