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30일 펼쳐진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개막전, 롱주의 새로운 주전 미드 라이너 ‘BDD’ 곽보성은 2판 모두 오리아나를 선택해 kt 격침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2011년 6월1일 출시돼 곧 만 6살이 되는 오리아나는 ‘정석픽’ ‘미드 기본기’ ‘또리아나’ 등으로 불린다. 오래된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무상성·무결점 스킬 구성으로 꾸준히 사랑 받아왔다. 이제는 미드 라이너라면 당연히 다룰줄 알아야 하는 픽으로 꼽힌다. 어느 메타나 조합에서도 충반히 등장할 수 있어 ‘페이커’ 이상혁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이 사용한 픽이기도 하다.
이처럼 ‘무난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리아나지만, 30일 ‘BDD’ 곽보성이 보여준 플레이는 좀 더 특별했다. 그는 보통의 오리아나 운영방법에 자신만의 장점을 잘 섞었다.
곽보성의 최고장점은 솔로 랭크 점수로도 증명되는 뛰어난 컨트롤 능력, 소위 말하는 ‘메카닉’이다. 그는 자신의 개인능력을 믿고 시종일관 과감하게 움직였고, 2세트 내내 대처법을 찾지 못한 kt는 패배했다. 특히 그의 과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소환사 주문 사용과 위치선정이다.
▶ 과감한 소환사 주문 활용
1세트 17분48초: 곽보성의 과감성이 가장 잘 나타났던 장면이다. ‘R(충격파)+W(불협화음)+Q(공격)’ 콤보로 천둥군주의 호령까지 터트리며 킬각을 만들어냈다. 마침 대기 중이던 ‘스코어’ 고동빈의 그레이브즈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부랴부랴 커버를 왔다.
그러나 곽보성은 당황하지 않고 점멸과 유체화를 모두 사용, 더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폰’ 허원석을 빈사상태로 만들어냈다. 오리아나에게 라인전 단계에서의 소환사 주문은 목숨과도 같지만, 곽보성은 개의치 않았다.
1경기 8분51초: 바텀에서 교전이 발생하자 양 팀 탑 라이너가 순간이동을 이용해 전장에 합류했다. 국지전은 곧 대규모 교전으로 변했다. 이에 미드 한복판에 있던 곽보성은 망설임 없이 유체화를 켜 바텀으로 달려온다.
또, 화면엔 잡히지 않았지만 왼쪽의 챔피언 주문 사용 상황을 보면 허원석의 탈리야가 곽보성의 합류를 막기 위해 그에게 궁극기 ‘바위술사의 벽’을 사용하자 점멸로 뛰어넘어 전장에 합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곽보성은 소환사 주문 없이 라인전에 임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2경기 27분10초: ‘칸’ 김동하의 자르반이 ‘데프트’ 김혁규의 자야에게 궁극기를 적중시키자 재빠르게 점멸을 써 충격파 거리를 확보, 궁극기 연계를 성공시키는 모습이다. 그레이브즈의 공격범위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적 원거리 딜러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주요 딜러가 먼저 사망한 kt는 이 전투에서 대패를 거두고 퇴각했다.
1경기 38분14초: 앞의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허원석의 탈리야를 잡기 위해 유체화와 점멸, 충격파를 모두 사용했다. 저 멀리 있던 공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 생각치 못했던 허원석은 그대로 전사했다.
▶ 아슬아슬한 포지셔닝
2경기 8분33초: 피즈 대 오리아나 구도에서 오리아나에게 가장 위험한 타이밍은 피즈가 막 궁극기를 배웠을 때부터 ‘존야의 모래시계’가 나오기 전까지다. ‘피즈장인’인 허원석도 그걸 알고 있다.
허원석은 곽보성의 공격적인 라인전에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그리고 곽보성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순간 E(재간둥이)에 점멸을 조합해 데미지를 입히고 W(심해석 삼지창)으로 강화된 기본 공격을 시도했다. 곽보성은 절반 가까이 체력을 잃었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위치선정이었다. 바로 뒤에 ‘커즈’ 문우찬의 리 신이 대기하고 있었다. 롱주의 미드 ·정글 듀오는 피즈가 Q(성게 찌르기)를 적중시키기도 전에 모든 스킬을 쏟아부어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2경기 7분22초: 허원석이 이처럼 약이 올랐던 것은 약 1분 전 자신의 궁극기(미끼 뿌리기)가 어이 없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곽보성은 과감하게 앞으로 움직이며 허원석에게 킬각의 여지를 줬다. 완벽한 기회라고 판단한 kt는 정글러를 미드 라인에 호출했다. 피즈의 풀 콤보에 레드 버프를 두른 그레이브즈라면 선취점을 딸 수 있을 듯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의도된 움직임이었다. 곽보성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고릴라’ 강범현의 랜턴을 타고 위기 상황을 빠져나갔다.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은 덕에 라인전 구도의 첫 위기 타이밍을 넘겼고, 레드 버프를 둘러 전성기에 접어든 적 정글러의 위치를 발각한 셈이었다.
오리아나는 도주기가 없어 소환사 주문 유무와 안정적인 포지셔닝이 굉장히 중요한 챔피언이다. 특히 피즈를 상대할 때 점멸이 없다면 몇 번이고 갱킹에 당할 수 있다. 허나 곽보성은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았다. 그의 하이 리스크 플레이는 곧 하이 리턴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처럼 곽보성의 압도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kt의 미드를 찍어누른 롱주는 2세트 모두 크게 이겨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곽보성은 1·2 세트 모두 6킬0데스5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2경기 평균 분당 데미지는 538로 상대 허원석(237)과는 301 차이를 벌렸다. 특히 2경기에서는 팀 전체 딜량의 35.7%를 우겨넣어 경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난함이 특징인 챔피언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것에 대한 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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