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AI 키운건 누구?

초여름 AI 키운건 누구?

재발 원인 모호… 농가 단속 강화책 능산 아냐

기사승인 2017-06-06 00:02: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AI 발생 원인은 역학조사 중이나 H5N8형 AI 바이러스가 분변 등 외부 환경 또는 가금류에 감염 상태로 남아 있다가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농림축산식품부가 5일 발표한 ‘AI 발생 동향 및 방역 추진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재발 원인으로 밝힌 부분이다. 통상 AI가 겨울철 극성을 부렸던 것과 달리 이번처럼 초여름에 발병한 이유에 대해 관계당국의 발표는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다. 전파 봉쇄와 동시에 이뤄져야 할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 조사가 과연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AI는 고병원성 H5N8형이고, 현재까지 H5형 AI 검출 농가는 제주(2곳), 전북 군산(1곳), 경기 파주(1곳), 경남 양산(1곳) 등으로 알려졌다. 부산 기장 소재 농가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의심 농가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 경로는 전북 군산의 오골계 사육 농가에서 시작됐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군산을 시작으로 제주도 유통상인 농가를 거쳐 제주 재래시장, 제주 소재 AI 의심 농가로 감염 전파가 진행됐고 방역 당국은 경기 고양, 충남 천안, 충북 보은, 충남 금산, 전북 부안 등 오골계 사육 농가에 대한 역학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빠져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초여름 발병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를 알고 있음에도 사전예방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거나. 보고서 내용 중 ‘2014년 7월 29일, 2015년 6월 10일까지 AI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는 부분은 이러한 의구심에 더욱 불을 지핀다. 이는 동시에 사육 환경 및 질병 관리체계가 기존의 농가 방역관리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더욱 가관이다. “AI 역학 농가 중 일부 농가에서 신고 은폐․지연 의심으로 이번 AI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임.” 관계 당국이 AI 확산의 원인을 오롯이 해당 농가로 돌리고 있음이 드러난다. 물론 살처분 등 손실을 우려, 신고에 소극적이었던 농가의 행위는 문제가 있지만, 상시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 역시 되짚어 볼 문제다. 보고서는 전자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후자를 약화시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소규모 취약농가, 전통시장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대목에 이르러서는 방역 당국의 이러한 책임 떠넘기기는 더욱 적나라하다. ▶AI 신고 은폐·지연 농가 제재조치 강화 ▶등록 가축거래 상인 벌칙 강화 ▶축산업 미등록, 가축거래상인 준수사항 위반자 처벌 기준 상향 ▶10㎡미만 사육시설 축산업 등록 대상 확대 ▶소규모 산닭 유통금지 등 농가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은 매우 구체적이고 강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이러한 보고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언론 보도 등에 의해 농가는 재발의 진원지로써 주홍글씨가 더욱 짙어지게 된다. 반면 방역 당국은 책임을 덜게 되는 셈이다. 종합하면 농가가 신고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 AI 불안의 싹을 자르겠다는 이야기다. 

역학 조사 및 감염 경로 차단 수립의 기본은 이 바이러스가 최초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규명이다. 매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AI의 원인으로 여지없이 ‘겨울 철새’가 지목되곤 했다. 전파 봉쇄에 치우진 방역 대책은 부실한 역학 조사를, 이는 반복되는 AI의 습격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AI 청정 지역으로 불린 제주마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처벌 등 단속 강화를 통한 감염 통제는 설득력과 효용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이번  AI 평시 방역대책에 대한 언급이나 원인 규명에 대한 언급은 부실하거나 축소돼 있다. 관계 당국이 빈축을 사는 이유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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