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최근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잇따라 크레인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사고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건설사들이 선정한 하도급 업체의 부실 운영 및 관리가 지목이 되면서 건설사들도 책임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 다신신도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사고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다. 이번 사고로 크레인에 올라 작업하던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숨졌다.
앞서 지난달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에서 진행 중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두 크레인 사고의 공통점은 건설사가 외주를 준 하도급 업체에서 부실한 크레인 관리 문제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상아.현대 아파트는 크레인 노후화, 남양주 현대 힐스테잍는 크레인 부품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크레인이 부러진 원인이 노후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타워크레인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꽃'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다. 건물의 기초인 골조공사 시 작업의 50% 가량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초고층 빌딩의 등장과 더불어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의 고층화가 가속되면서 타워크레인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크레인을 운영하지 않고, 타워크레인 전문 업체를 선정해 장비 임대를 통해 조달하는 상황이다. 현장근로자와 전문가들은 크레인 사고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수백개의 장비임대 업체가 경쟁해 중장비를 최저가로 입찰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노후 장비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일이 많고, 공사 날짜를 맞추기 위해 속도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또 경비 절감을 위해 국내 크레인 보다 20~50% 저렴한 수입 크레인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주로 중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수입되지만 외국산의 경우 생산연도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노후화된 정도를 속이기 쉽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건설사들이 대부분 임대업체를 선정해 하도를 주고 조달하는 실정"이라며 "다만 국내는 정해진 사용기한도 없고 이력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업체들이 제작 연도를 속이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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