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루이 비통 160여년의 여정, 전시회에 담았다

[르포] 루이 비통 160여년의 여정, 전시회에 담았다

기사승인 2017-06-08 05:00:00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럭셔리의 역사가 궁금한 이들에게 루이 비통 전시는 정말 볼 만한 전시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의 기원을 찾아 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귀족들로부터 시작된 우아함의 전통이 현대에 들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통해 변주되는 이 역사적 변천을 전시회는 알차게 담았다. 

전시회장인 DDP 알림1관을 찾아가는 길은 좀 번거롭고 복잡하니 지리를 숙지해 둘 것을 요망한다. 일단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젊은이의 초상을 만나게 된다. 젊은 '루이 비통'의 모습이다. 겉으로 보면 유약해 보이는 루이 뷔통은 어릴 적부터 야심가였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브랜드를 세우고 싶었던 목공수 루이 비통은 14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이 태어난 지역인 앙세에서 파리로 300km를 도보로 이동, 박스 패커 장인의 견습공으로 들어간다. 이후 1854년 루이 비통을 창업하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그는 운동 수단의 혁신과 같이해 끊임없이 고객의 편의에 따라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해 나갔다. 

이 전시의 이름은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Volez, Voguez, Voyagez – Louis Vuitton)’이다. 실제로 여행 캐리어로부터 시작한 루이 비통의 역사를 보면 이 전시회 이름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주된 작품 세계는 바로 이 여행 캐리어다. 금장과 딱딱한 재질의 캐리어는 예전 것 같지 않게 세련되어 '가지고 싶었다'. 루이 비통은 귀족 고객을 위해 고급스러운 색깔과 다양한 디자인의 트렁크를 연구하게 된다. 

이곳에서 다양한 목재의 결을 연구한 루이 비통의 소장품을 발견할 수 있다. 루이 비통의 초기 트렁크는 목재로 만들어졌다. 전시회에서는 의상을 넣을 수 있는 평범한 트렁크부터 옷을 걸 수 있는 세로 트렁크, 책상이나 침대를 넣을 수 있는 트렁크 등 다양한 형태의 트렁크가 선보여진다. 창업주 루이 비통은 비를 피하기 위한 볼록한 트렁크에서 현대에 볼 수 있는 편편한 사각 모형의 트렁크로 바꾸어 가고,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인 다미에 패턴을 개발한다. 최근에 자주 볼 수 있는 모노그램 캔버스는 나중에 루이 비통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아들과 손자가 만든 것이다. 

여행의 발견 섹션에서 루이 비통의 진가를 볼 수 있다. 18세기에 신대륙 개척과 귀족들의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루이 비통은 장거리 여행에도 가능한 트렁크들을 개발한다. 구리와 아연 등을 포함해 딱딱한 재질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에만도 10벌씩 갈아입는 부산스러운 귀족들의 다양한 옷을 수납하기 위한 다양한 모양의 트렁크는 루이 비통의 경계를 넓혔다. 

요트 섹션에서는 트렁크 다음으로 만들어진 핸드 러기지, 즉 핸드백의 발명이 다뤄진다. 최초의 백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머(steamer) 백이 사실은, 빨랫감 용을 구분하기 위한 백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새 옷들과 다 입은 옷들을 구분하기 위해, 백이 마련된다. 자동차가 발명되고 피크닉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샴페인을 넣기 위해 만들어진 노에 백도 이 시기에 마련된다. 백의 발명이 이 운송수단의 변화와 맞물린다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기차 섹션, 비행기 섹션을 지나면서 트렁크는 점차 가벼워진다. 옷과 잡다한 물건을 넣고 나서도 26kg밖에 안 되는 캐리어의 탄생이다.(여전히 지금에 비하면 너무 무겁지만!) 루이 비통의 아들인 조르주 비통은 애서가로 책꽃이 모양의 트렁크를 만들고, 그의 손자 가스통 비통은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루이 비통을 럭셔리의 대명사로 만든다. 

루이 비통 철자를 새긴 마크제이콥스, 나비를 덧입힌 데미안 허스트, 가죽에 구멍을 낸 꼼데가르송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루이 비통의 이름은 점차 드높여진다. 행사에는 국내 명사가 소유한 재미있는 소장품들도 나와 있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소장한 제품을 이랜드그룹이 사들여 소유하고 있는 제품도 전시돼 있다. 또 배우 윤여정씨가 소장한 루이 비통 뷰티백도 발견할 수 있다. 한정 생산된 가야금 케이스 루이 비통도 감상할 수 있다. 

럭셔리의 탄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귀족과 함께 한 물품을 생산해낸 장인들에 의해 럭셔리의 기반이 닦였고 이같은 전통을 지켜 온 브랜드 마케팅의 결과 지금과 같은 루이 비통의 위상이 생겨난 것이다. 어찌 보면 장인 정신을 그대로 현대까지 가져온 것이 루이 비통의 현재라 할 수 있다. 전시회 맨 끝에는 루이 비통 장인들이 직접 가죽을 가공하고 백을 만드는 것도 볼 수 있다. 

루이 비통과 럭셔리에 관심이 있는 그대라면 좋아할 만한 전시다. 또 평소 전시회를 좋아하는 이들도 좋아할 만하다. 연인과 함께 데이트 코스로 들러도 좋겠다.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이뤄지는 이 세계적 전시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무료로 일반에 개방된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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