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 의료 지양…새 정부, 참여정부 지방분권 노력 이어야

‘서울 중심’ 의료 지양…새 정부, 참여정부 지방분권 노력 이어야

기사승인 2017-06-11 04:00: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수도권 중심의 의료 집중화 현상은 국내 의료 전체를 볼 때 문제가 있다. 한국 의료 발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남대학교병원 윤택림 원장의 말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 환자 진료와 치료를 담당하는 전남대병원은 현재 4개 분원을 운영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어린이병원도 문을 연다.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병원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공공의료 거점 역할도 맡아야 하고 병원 수익도 신경 써야 한다. 수익과 공공의 간극은 국립대병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원장은 “의료의 지역별 고른 발전을 위해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특성화 등 나름의 대책만으로는 지역 의료 개선이 요원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8일 전남대병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 원장은 “지역에서 잘하는 인재는 지역에서 만족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적인’ 공공의료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공의료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히 국립대병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리라 예상되는데, 호남권 국립대병원으로써 전남대병원이 구축했거나 시행하려는 ‘공공의료 플랜’이 있는가. 

△전남대병원은 지역거점병원이자 국립대병원으로써 새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에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다. 구체적인 국가 의료정책은 정부 및 지차체 등과 협의해 실효성 있게 전개하겠다. 병원 차원의 공공의료 활동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해왔다고 자부한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국립대병원 공익적 비용 계측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전남대병원은 전국 국립대병원 중 공공의료를 가장 활발하게 수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익 비용은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써 난치성질환 치료, 정부지원 의료시설 운영, 공공의료사업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전남대병원의 공익 비용은 전국 평균인 61억9300만원 보다 곱절 이상 많다. 2위 병원과 비교하면 25억 원 더 많다. 

-병원장 취임 이후 시행한 대표적 공공의료 활동은 무엇인가.

△지난 2015년 광주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전국에 메르서 광풍이 불었다. 정부는 메르스를 예방코자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자제시켰다. 국가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최악의 여건이었다. 병원은 메르스 예방에 집중키로 했다. 의료진이 나서 12차례 가두 캠페인을 선보였다. 광주가 메르스 청정지역이 된데에는 지역민에게 메르스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한다. 덕분에 U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국내외 의료봉사도 꾸준히 해왔다. 네팔 대지진 당시 긴급 구호 의료진을 2회 파견했고, 방글라데시 등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아시아권 국가에 대한 의료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외계층 및 의료소외지역 의료 봉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공공의료 활동과 병원 수익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데.

△순전히 경영 차원에서만 보면 ‘왜 돈 안 되는 공공의료에 헛돈을 쓰냐’고 힐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남대병원은 광주와 전남의 300만 명을 책임지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를 맡아야 할 의무가 있단 말이다. 물론 지역 공공의료에 비용을 많이 쓰면 병원 직원 처우 개선 등이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결국 설득의 문제다. 예컨대 전남대병원 4개 분원마다 흑자를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의료수가가 높은 분야를 적자폭이 큰 병원에 집중, 병원 특성화 등을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나름의 자구책인 셈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주창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 노동자의 신분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전남대병원도 머지않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변화’를 요구받게 될 텐데.  

△이러한 기조는 고용안정화를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부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현재 전남대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원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필요에 의해 사무 및 간호업무 보조 등의 업무에 주로 배치돼 있다. 전남대병원은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일정 근무기간 후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론적으론 그렇지만 실질 정규직화는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의견을 청취해서 실현 가능한 수준의 비율로 정규직화 전환을 진행시켜야한다. 병원 업무 특성상 여성의 비율이 높다. 육아 및 분만휴가의 대체인력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앞서 밝혔지만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립대병원 고용 정원은 정부 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정규직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국립대병원에 일정한 정원 증원 권한을 부여하거나 재정적인 지원조치 등이 필요하다.  

-현재 국립대병원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병원은 아직 없다. 그러나 보건시민단체와 노조 등은 의사성과급 등 우회 방식의 ‘유사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남대병원은 어떤가. 

△의사직에 한해 선택진료제에 의한 성과제 성격의 제도는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진료제 폐지 계획에 따라 선택진료수익 중심의 의사직 수당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질 향상과 환자안전, 효율증대 측면에서 어떤 제도가 최선일지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곧 어린이전문병원이 건립된다. 호남권 최초라고 들었다.

△전남대어린이병원은 지난 2010년 복지부의 어린이병원 사업 선정 이후 토지 문제 등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해낸 결과물이다. 지난해 3월 기공식을 갖고 9월 완공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병원 2동과 6동 리모델링과 일부 신축으로 지하 1층, 지상 7층, 145병상 수용 규모로 건립된다. 추후 소아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모체태아집중치료실, 소아병동, 산모병동, 소아외래클리닉, 발달재활센터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지역 내 어린이병원은 필요하지만 병원 적자 등을 이유로 설립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을 것 같다.

△병원장 취임 직후 병원 적자가 280억 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호남권 어린이병원 설립은 숙원사업이었다. 병원 경영 상태를 고려할 때 ‘멋들어지게’ 짓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다. 완공돼도 적자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었다. 적자를 줄이면서 어린이병원도 지어야하는 상황에서 중복투자 없이 본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안한 게 현재의 구조다.

-지역 내 의료기관으로써 수도권 중심 의료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을 텐데. 전남대병원만의 이른바 ‘킬러콘텐츠’는 무엇인가. 전국에서 진료를 받고자 전남대병원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는 그 ‘무엇’ 말이다.

△경쟁은 이제 지역을 넘어서 국가간 진행되고 있다. 한국 의료분야는 단기간 내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제야 ‘자기만의 무엇’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전남대병원도 이는 마찬가지다. 전남대병원은 ‘암’, ‘관절’, ‘심혈관질환’에 관해선 국내 최고라 자부한다. 

-병원 차원의 자구책만으로 서울 중심 의료가 바뀌겠는가.

△수도권 중심의 의료 집중화 현상은 국내 의료 전체를 볼 때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 의료 발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별 고른 발전이 필요하다. 참여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한 지방분권 등의 노력이 새 정부에서도 시행돼야 한다. 결국 정부 주도로 풀어가야 한다. 지역에서 잘하는 인재는 지역에서 만족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의료평준화 차원에서도 지역의료 발전은 정부 의지가 어떠하냐에 달렸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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