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시민들에게 제보를 당부하는 경찰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수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관 개인이 SNS에 올린 게시물이 공유 과정에서 사실상 ‘공개수배화’가 된다는 점에서 과연 적법한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 3시께 경남 김해시 한 편의점에 10대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점주 A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2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범행은 편의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이 이 CCTV 영상 일부를 캡처한 화면을 페이스북 지역커뮤니티 페이지에 올렸다.
이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과 연락처를 밝히며 사건 제보를 당부했다.
그런데 피해자의 얼굴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또 용의자 가운데 1명이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는 장면도 이 페이지에 올라갔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뒤늦게 페이지 관리자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이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된 뒤였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에 입문한 지 몇 개월 안 된 형사가 범인을 빨리 잡고 싶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며 “다른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경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아동 성추행 사건 용의자 B(19)씨를 붙잡았다.
이 사건 담당 경찰관은 사건 개요와 용의자로 추정된 남성의 CCTV 포착 장면 등이 담긴 전단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며 시민 제보를 당부했다.
해당 게시물은 용의자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SNS 공개 2일 만에, 사건 발생 7개월여 만에 B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 같은 순기능 못지않게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개수배는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하고서도 6개월이 지나도록 검거하지 못한 중요범죄 피의자를 제보를 통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방식이다.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등에 한해서만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 개인이 가해자 사진을 올려 제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라 인권침해 논란이 일면서 경찰도 엄격한 기준을 두고 공개수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관 개인이 SNS에 제보를 호소하며 올린 용의자 인상착의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실상 ‘공개수배’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적법 절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0년 ‘공개수배제도에 대한 법령 및 관행 개선안’을 권고하며 이런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인터넷 공개수배의 경우 전파성을 통해 많은 제보를 기대할 수 있어 사건해결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적합한 수단이라고 평가했지만, 유·무죄 확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인터넷 공개수배 또한 법률적 근거가 없고, 경찰청의 범죄수사규칙과 지명수배규칙에도 인터넷을 통한 공개수배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적법 절차의 원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요구인데 범인 검거 활동에만 치중하다보면 이번처럼 수단의 적정성이 무시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게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이 인권에 얼마나 둔감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는 수사의 기본에 어긋난 일탈로 경찰 실적주의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것 같다”며 “여러 차례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지적이 됐지만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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