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들의 IB(기업금융) 사업 실적 대부분이 회사채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증권은 IPO(기업공개), 회사채, 국공채 및 금융채 발행 등으로 편중이 덜한 반면 나머지 증권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수익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향후 추진될 초대형 IB가 최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단기금융의 50%를 기업금융에 사용하도록 한 만큼 사업의 다각화를 고민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골드만삭스나 일본 노무라 증권처럼 전세계 기업의 자금조달을 중개하는 금융사는 국내에서 등장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들의 증권인수 실적 가운데 회사채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회사채 발행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주관사 실적(1조3655억원) 모두 회사채 발행이었다. 다만 삼성증권은 지난달 ING생명보험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맡아 진행했다.
KB증권은 주관사 실적(13조2586억원) 중 회사채 발행은 12조6856억5900만원으로 전체 95.67%를 차지했다. 이는 전분기(3조1168억4000만원) 보다 약 4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IPO(기업공개)를 통한 실적은 없었고, 기업어음 발행(주관사, 5564억7700만원)이 가장 많았다.
NH투자증권은 주관사 실적(5조6841억5300만원) 중 회사채 발행(4조1246억6700만원)이 72.56%를 차지했다. 이어 기업어음(8212억5500만원), 유상증자(3383억4500만원), 기업공개(2198억8600만원) 순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주관사 실적 가운데 회사채 발행 비중이 높았다. 미래에셋은 주관사 실적(2조2844억2000만원) 가운데 2조2168억2000만원(97.04%)이 회사채 발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IB사업을 양호하게 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실적(4조8738억5500만원) 중 회사채(1조6448억8600만원) 실적 외에도 국공채 및 금융공채(2조2341억3900만원), 유상증자(6938억3000만원), 기업공개(1510억원), 기업어음(1500억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적을 거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증시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경기가 좋을 때는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얻지만 그렇지 않으면 회사채를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회사채가 아닌) 부문은 실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형IB사업 추진은 증권사로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투자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을 바꿔 자기자본을 4조 이상으로 늘린 증권사, 초대형 투자은행에게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조달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발행어음은 기존의 CP(기업어음)와 큰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 투자전문가들의 평가다.
또한 금융당국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단기금융의 50%를 기업금융에 사용하도록 했으나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예전만 못한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IB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부동산 사업을 확대하려는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기업금융 부문이 큰 수익성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PF사업에 대한 증권사 금융비중은 10%로 묶었으나 증권사들의 반발로 30%로 확대했다.
앞서 5년 전 대형 증권사들이 대형IB(자기자본 3조원)를 추진했으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실패한 적이 있다. 오히려 대형 IB를 추진했던 회사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이 오히려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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