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인 3인조 그들은 왜 골프연습장을 택했나?

납치‧살인 3인조 그들은 왜 골프연습장을 택했나?

기사승인 2017-06-29 11:37:45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지난 24일 오후 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40대 여성이 3인조 괴한에게 납치됐다.

외출한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남편의 신고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건 발생 4일 뒤 이 여성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같은날 3인조 괴한 중 1명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위조 번호판도주 순서여장 변장 등 이번 사건이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두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 범행 장소가 골프연습장이었을까?

우선 이들이 왜 범행 장소를 골프연습장으로 선택했을까하는 의문이다.

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심천우(31)와 강정임(36)은 모두 골프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씨는 골프용품 중고매장 운영과 캐디를, 강씨는 경남의 또 다른 골프연습장에서 캐디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이 일을 하면서 수년 전 처음 만나 알게 됐다.

심씨는 자신의 골프 구력을 소개하며 창원지역의 한 골프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부유층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보면 골프와 관련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골프연습장을 범행 장소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경우 유사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CCTV 등 보안이 한층 강화된 점도 이들이 일종의 사각지대였던 골프연습장을 택한 이유로도 보인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골프연습장의 지하주차장에도 CCTV가 있었지만 화질이 좋지 않는 등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 골프연습장 지하주차장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골프연습장 내 소음이 발생하는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 당일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질렀지만, 골프연습장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이나 다른 고객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담배를 피우기 위해 골프연습장 한편에 마련된 흡연 공간을 찾았던 한 고객이 이 소리를 들었지만 부부싸움으로 착각하고 다음날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을 알려줬다.

범행 장소를 물색하던 심씨 일당은 범행 2일 전인 지난 22일 이곳을 찾았다.

이 같은 점을 파악하고 이곳을 범행 장소로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심씨 일당은 이틀 뒤인 24일 오후 2시 다시 이 골프연습장에 와서 오래도록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귀가하려던 40대 여성 A씨에게 접근해 납치했다.

범행 동기는= 금품 노린 강도? 원한? 청부?

사건 발생 4일 만에 공범인 심씨 6촌 동생 심모(29)씨가 붙잡힌 상황이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유층을 노렸다던 이들이 훔친 돈은 480만원에 불과했다.

돈을 노린 범행이라고 보기엔 금액이 적다. 그런데도 이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경찰은 원한이나 청부 등의 동기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조사 결과 형 심씨는 신용불량자로 수천만원 상당의 카드 빚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직전 사용하던 카드도 정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범격인 형 심씨와 A, 또는 A씨 남편과의 사건과 연관된 연결 고리가 없는 것으로 보고 경찰은 이번 사건을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공범피해자 가능성은?

 심씨 일당은 지난 27일 새벽 범행에 이용한 검은색 스포티지 용의차량을 타고 함안으로 들어오던 중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결국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고, 동생 심씨만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서부경찰서는 사건 발생 5일 만인 28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달아난 형 심씨와 심씨의 여자친구 강씨를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이들이 달아난 인근 야산 등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왔지만 결정적인 제보는 없는 상황이다.

형 심씨가 경남권 일대에 연고가 있는 점으로 미뤄 도피 행각에 도움을 주는 공범이나 추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강력 사건 전과가 없는 이들이 이토록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데에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붙잡힌 동생 심씨는 29일 오전 창원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130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이들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건 제보는 112 또는 055-290-0133로 하면 된다. 경찰은 결정적 제보자에게 신고보상금 5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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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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