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의료진 부재에 총기 소지까지… 남미 축구계 ‘안전 불감증’ 도마 위

[옐로카드] 의료진 부재에 총기 소지까지… 남미 축구계 ‘안전 불감증’ 도마 위

‘세계 최대 선수 수출 지역’ 대비 초라한 그라운드 안전망

기사승인 2017-07-04 17:00:39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 브랜드 코너입니다.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브라질 지방리그에서 주심이 총을 꺼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최대 선수 수출지’ 남미에서 잇따라 그라운드 안전사고가 발생해 질타와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브라질 한 지방리그 경기에서 주심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에 선수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기본적인 심판 소양교육을 받았지만 본업은 아니었기에 판정이 그리 공명정대하지 못했다.

주심 역시 신경이 곤두섰는지 재차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선수들의 불만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건은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한 이후에 발생했다. 파울을 범한 팀 선수들이 곧장 주심에게 달려가 강력히 항의했다. 주심도 폭발했는지 언성을 높였다. 그러다가 그라운드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가 향한 곳엔 가방이 놓여있었고, 꺼내든 건 다름 아닌 총과 수갑이었다.

순간적으로 겁에 질린 선수들이 도주를 시작했다.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심판이 왜 가방에 총을 소지하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다는 공포가 그라운드 내외를 공포에 빠뜨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사실 주심은 현직 경찰이었다. 사회적으로 안전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브라질 경찰은 근무시간 외에도 총과 수갑을 소지할 수 있다. 문제는 당시 경기장에 안전요원이 없었던 탓에 그의 무법적인 행동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못했다.

주심이 총구에 불을 붙이진 않았지만 그의 위협적인 태도는 큰 논란거리가 됐다. 심판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총을 꺼냈다”고 해명했지만 살상무기에 기대 권위를 세우려 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비슷한 일이 2015년 9월에도 있었다. 당시 브루마딘호와 아만테스 다 볼라가 맞붙은 아마추어 지역 리그 경기에서 현역 경찰인 가브리엘 멀타 주심은 자신의 레드카드 판정에 불복한 선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총기를 꺼내들어 휘둘렀다. 2013년 10월, 월드컵을 6개월여 앞두고 한 브라질 축구팬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사건도 있었다. 여섯 달 전인 4월에도 경기장 내 총기사고가 있었다.

남미 그라운드 상 안전 인프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말에는 남미의 한 축구협회가 주관한 공식대회에서 17세 소년이 사경에 빠졌음에도 이를 30분 넘게 방치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알폰소콜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 2부 리그 경기에서 스포트 콜롬비아 소속의 17세 골키퍼 브루노 카녜테는 상대의 강슛을 가슴으로 막아낸 뒤 쓰러졌다. 직후 카녜테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는가 싶더니 재차 넘어졌다. 

그는 미동 없이 그라운드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아무런 외부 응급조치가 없었다. 의료진은커녕 들것조차 준비돼있지 않았다. 실제로 그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건 스포트 콜롬비아 감독 알렉스 킨타나다. 그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이윽고 카녜테가 가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도착한 앰뷸런스가 카녜테를 싣고 인근 병원으로 갔지만 병원에 미처 도착하기 전에 그의 숨은 완전히 멎어버렸다.

경기 후 킨타나 감독은 분노를 토해냈다. 그는 “클럽이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아 선수를 살인했다”면서 자신의 소속팀을 “최악의 클럽”이라고 꼬집었다.

파라과이 2부 리그는 파라과이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공식 대회다. 때문에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뒤 미디어와 팬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현지 매체는 “세계 최대 축구선수 수출지역인 남미가 선수 생명을 담보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축구 종주국은 잉글랜드지만 ‘재능’을 말하라면 으레 남미를 떠올린다. 펠레, 마라도나, 칠라베르트, 스키아피노, 메시, 네이마르 등 시대를 거르지 않고 슈퍼스타를 배출한 남미는 유럽과 함께 월드컵 우승 1순위 지역으로 꼽힌다. 한때 브라질 국기 한 가운데 원을 축구공으로 바꾸자는 건의가 진지하게 논의될 정도였으니, 그들의 진짜배기 축구사랑을 알 만 하다.

남미는 가장 많이 축구선수를 ‘수출’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거대 축구리그가 대개 유럽을 중심으로 짜여있지만 상당수 특급스타는 남미에서 나온다. 어느 구석진 골목 내지는 변두리 해변에 가더라도 제2의 네이마르를 꿈꾸는 맨발의 아이들이 볼을 차고 있는 흔한 풍경은 선수 고부가가치 형성의 뿌리이자 줄기다. 이러한 축구선수 수출은 각종 에이전시에서 파생되는 관광 상품과 스포츠 용품 판매 등으로 이어지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별들의 향연과는 별개로 그라운드 상 안전 인프라는 바닥을 기고 있다. 격한 몸싸움이 오가는 그라운드 상 안전 대책은 킥 오프(kick off)의 가장 기본이 된다. 남미 축구계가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생명을 담보로 선수를 찍어내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터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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