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표 소화기 분사노즐, A대표팀에 닿다

신태용표 소화기 분사노즐, A대표팀에 닿다

신태용표 소화기 분사노즐, A대표팀에 닿다

기사승인 2017-07-05 14:56:26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소방관’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의 소화기 분사노즐이 성인 대표팀까지 닿았다. 네임벨류가 상당한 숱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태용 체제가 성사된 배경을 놓고 축구팬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날(4일) 대한축구협회가 신태용 감독 선임을 공식화하며 A대표팀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신 감독의 대 선배격인 정해성 수석코치마저 5일 사의를 표하며 대표팀은 완전히 새로운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준비시간이 많지 않다. 한국은 다음달 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치러야 한다. 홈경기지만 원채 한국에 강한 이란이다. 이란은 현재 아시아지역 피파랭킹 선두다. 

닷새 뒤인 8월5일엔 2위 다툼 중인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패한 팀이 3위로 쳐질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본선 티켓은 2위까지 주어진다. 3위로 쳐질 경우 타 대륙 팀과 1장의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와일드카드전)를 거쳐야 한다. 와일드카드전은 늘 혈전이었다. 소속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태용 신임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단 한 달여 만에 녹여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최종예선 전 평가전 일정도 아직까지 없다. 워밍업 없이 바로 링 위에 올라야 하는 권투선수의 처지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이 현 위기를 타개한 최적임자임에는 이견이 없다. 신 감독의 ‘소방관’ 역할이 어느덧 세 번째다. A대표팀 코치로 경험을 쌓던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이광종 감독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급히 지휘봉을 잡았다.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팀 조직력을 만든 그는 올림픽 8강의 성적을 거뒀다.


다시 A대표팀으로 돌아갔지만 또 다시 소방사로 부름을 받았다. 이번엔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다. 안익수 전 감독의 부진으로 급히 지휘봉을 잡은 그는 6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팀 역량을 끌어올렸다. 4개국 친선대회에서 결과물이 나왔고, 본선 조별리그에선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 강호를 상대로 2승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신태용 신임감독이 적격자라고 해도 숱한 라이벌을 제치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배경에 대해 축구팬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그간 축구협회가 인맥 내지는 충성을 인사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터라 이번 감독 선임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몇몇 후보자의 낙마 배경에 대해 의뭉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독 선임을 맡은 기술위원회는 구체적인 후보군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지금껏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물들이 (심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최용수 전 장쑤 쑤닝 감독, 정해성 전 수석코치, 김학범 전 성남 일화 감독,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 등이 모두 심사 대상이었음을 암시했다.

기술위원회는 1차적으로 최 전 감독, 김 전 감독, 홍 전 감독을 걸러냈다. 그리고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거론됐던 허정무 부총재를 제했다. 한때 그의 감독 유력설이 제기되자 여론은 ‘무자격론’을 들고 일어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단장이자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었던 허 부총재는 “월드컵 성적부진은 전적으로 나와 홍명보 (당시) 감독 책임”이라며 사퇴했다. 그런 그가 4년 뒤 월드컵에서 구원자로 나설 수 없다는 게 여론의 시선이다.

남은 두 후보, 신태용-정해석에 대한 심사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 감독이 부임하면 자연히 대표팀 체질개선이 요구된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오랜 시간 대표팀에 몸 담아온 정해석 전 수석코치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그러나 현재 ‘급한 불’이 된 대표팀 자리에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종예선 통과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서 근래 세 차례 ‘온전한’ 감독 경험이 있는 신 감독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이 최종예선을 무사히 통과할 경우 본선까지 감독직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경기만 치르고 그만 둔다는 전제가 깔리며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기회이자 부담이다. 

앞서 신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감독을 맡아 상당히 부담이 된다. 부담이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러나 소방수 역할이 믿고 맡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믿고 맡겨준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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