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홍냥이? 왜 ‘장화 의전’ 논란일까

장화 신은 홍냥이? 왜 ‘장화 의전’ 논란일까

기사승인 2017-07-22 06:00:00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봉사활동을 취지로 청주에 방문해 엉거주춤 선 자세로 장화를 신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19일 홍 대표는 기록적인 호우로 수해를 입은 충북 청주의 한 농장을 방문했다. 농장은 진득한 진흙이 사방에 널려있던 탓에 장화를 신어야만 작업이 가능한 상태였다. 때문에 홍 대표는 작업에 앞서 준비된 장화를 신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미디어에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홍 대표는 옆에 있는 수행원의 팔을 붙잡고 나머지 수행원이 장화를 직접 갖다 대주고 나서야 겨우 발을 집어넣었다.

사진이 미디어를 타고 퍼지자 ‘홍데렐라’ 황제장화‘ ’장화 신은 홍냥이‘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살다 살다 장화 의전은 처음 본다”면서 조소 섞인 비난을 내놓았다.

사소해 보이는 이 행동이 논란으로 번진 진짜 이유는 홍 대표가 소위 ‘정치인 코스프레’를 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서민적인 모습을 애써 드러내는 ‘보여주기식 행보’를 했다는 거다.

홍 대표는 이날 청주 봉사활동 현장에 12시15분경 도착했다. 예정보다 45분 늦은 시간이었다. 홍 대표는 깨진 장독의 내용물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오후 1시10분부터 40분간 점식식사를 했다. 그리고 1시55분께 작업을 재개해 20여분 뒤 현장을 떠났다. 식사시간을 빼면 약 1시간가량의 봉사활동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후 6시까지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게 맞았지만, 홍 대표은 일찍이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날 홍 대표가 신은 장화가 지나치게 광택 가득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장화는 당일 구입한 새 제품이었다. 수해 현장 물품으로는 적절치 않았던 셈이다. 아울러 장화를 신을 당시 아래에 박스가 깔려있었는데, 홍 대표가 발을 헛디딜 것을 염려한 과도한 배려라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홍 대표 측은 “홍 대표가 당일 허리가 아파 서서 장화를 신고 벗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수해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 대표가) 폭우가 발생한 곳에 와서 장화도 신지 못하고 자원봉사 흉내만 냈다. 정치적 책임을 다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전 의원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지에 ‘장화 제대로 신는 법’이란 제목으로 “장화 신는 법은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낮은 자세로 걸터앉아 스스로 장화를 신는다. 장화 신고, 작업 도구 챙긴다. 땀 닦기 위해 수건을 목에 두른다. 작업할 때는 카메라 의식 않고 열심히 일만 한다. 땀 흘리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홍 대표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을 게재하며 “노무현 대통령처럼 이런 자세로 신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청와대 들러리 회담에 참가하기보다는 수해 현장을 찾는 게 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오전에 있었던 여야 대표 청와대 오찬 회동에 불참하고 수해 지역을 찾았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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