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박찬주 대장 부부

[친절한 쿡기자]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박찬주 대장 부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박찬주 대장 부부

기사승인 2017-08-07 15:35:34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린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 이야기입니다. 내막이 드러날수록 국민의 공분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부부의 행태가 ‘막장 드라마’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공관병의 얼굴에 전을 던지고, 전자 팔찌를 채워 호출하며 강제로 텃밭 농사를 시켰습니다. 불교 신자인 사병을 포함해 주말 예배에 끌고 가기도 했고요. 인근 부대에서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준비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박 사령관 부인은 어떤 심리상태로 공관병들에게 ‘갑질’을 한 것일까요.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데 말이죠.

전문가는 ‘동일시 현상’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는 “‘내 남편이 장군이면, 나도 장군’이라는 생각이 박 사령관 부인에게 강하게 작용한 듯 보인다”며 “남편이 가진 권한을 동일시해 ‘공관병은 부려도 되는 사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인지 왜곡이 일어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을 가진 박 사령관에게도 공관병을 하인처럼 부릴 권리는 없습니다. 박 사령관 부인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문가는 이 부부의 행동을 집단 대물림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 사령관 부인 역시 집단 내 모임에서 타인이 제3자를 무시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을 것이라는 거죠. 남편이 사령관 자리에 오르지 전까지 말입니다. 가정 폭력이 세대전수 되는 경우처럼, 막무가내 혹은 이해 불가능한 지시를 사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환경 안에서 타성에 젖게 되면 비상식적인 생각이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이는 곧 해당 집단의 무의식이 됩니다. ‘집단 무의식’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된 정신적 공감대에서 비롯합니다. 쉽게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이런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말싸움 끝에 연인의 뺨을 때리거나, 아들과 헤어지라며 돈을 내민 사모님이 ‘사랑해서 헤어질 수 없다’는 여주인공에게 물을 끼얹는 일 말입니다. 외국에서는 ‘Oh My God’을 외칠 상황이지만, 보통의 시청자는 이상한 점을 느끼기 힘듭니다. 한국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집단 무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에 대한 한국의 집단 무의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른바 갑들의 행태는 천편일률에 가깝습니다.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인권을 무시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습니다. 앞선 갑의 사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는 그들입니다. 이들의 무질서한 집단 개념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무의식이 계속된다면, 고통받는 을의 탄생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그름'을 인지하고 이를 바꾸려는 노력 아닐까요. 어디에도 없는 척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갑들을 키워온 건 어쩌면 비상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리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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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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