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한 때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손승락(35)에겐 웃지 못 할 별명 하나가 있었다. 팬들은 손승락이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할 때마다 ‘승락극장이 열렸다’고 표현했다. 이는 그간 마무리 투수 보직에 약점을 보여 극적인 역전패가 잦았던 롯데에게 붙여진 ‘롯데시네마’라는 우스갯소리와 궤를 함께 했다.
그런데 최근 손승락에게 ‘승락극장’과 상반되는 기분 좋은 별명이 붙었다. 팬들은 밀폐용기를 판매하는 브랜드 ‘락앤락’의 이름을 가져와 그를 ‘락앤락’이라고 부른다. 내용물이 새나가지 않는 밀폐용기처럼 실점 없이 이닝을 틀어막는다는 의미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서 7대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5연승 행진을 달린 롯데는 4위 LG와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좁혔다. 꺼져가던 가을야구 불씨가 되살아났다.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타선의 도움도 컸지만 승리를 지켜낸 손승락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5연승 가운데 4경기를 손승락이 책임졌다. 4세이브를 추가한 손승락은 24세이브를 기록해 어느덧 NC 다이노스 임창민과 더불어 세이브 부분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지난 시즌 20세이브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 4.26으로 불안했던 손승락이다. 올 시즌 초반도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팬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FA로 함께 롯데로 이적한 윤길현과 동반 부진하면서 손승락 본인도 마음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6월 8경기에서 1승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하며 투구 감각을 끌어 올렸고 7월부터 8월까지 총 19경기에서 12세이브를 거두며 철벽 마무리로 재탄생했다.
이 기간 그가 거둔 투구 지표는 더욱 놀랍다. 평균자책점 1.42 피안타율 2할3리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은 1.00에 달한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10경기 10이닝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이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3.29로 구원진 중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특급 마무리인 셈이다.
그가 ‘락앤락’으로 거듭난 비결은 커터에 있다. 올 시즌 손승락의 커터 구사율은 패스트볼 구사율과 비슷하다. 140㎞ 후반대의 커터는 포심과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 타자들의 노림수를 흔들고 있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더욱 빛을 발한다. 올 시즌 손승락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2할5푼3리로 우타자(2할7푼4리)보다 좋다.
전통적으로 마무리가 부실했던 롯데는 손승락의 활약으로 접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타격감 침체로 대량 득점이 실종된 상황에서 그의 존재감은 4번 타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손승락이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전반기 막판 어깨 염증이 발견돼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진통제 주사를 맞고 등판을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여파 때문인지 지난 2일 LG 트윈스전에서는 갑작스런 손바닥 저림 증상으로 강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손승락은 꿋꿋하다. 그는 “팀이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포스트 시즌 진출만 바라보고 있다”고 굳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