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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 같다.
OGN에 따르면 LW 블루는 지난 21일 23시56분경 OGN 측에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4 기권 의사를 전달했다. 팀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시즌 개막 후 10일이 지나서야.
이로써 D조에 속해있던 LW 블루의 잔여경기는 전부 몰수패 처리됐다. 같은 조 콘박스 스피릿, X6 게이밍, 메타 벨리움이 각각 1승과 세트 득실 +3점을 부여받았다.
▶ 메타 벨리움 “APEX 첫 시즌이 일주일 만에 끝날 줄이야”
LW 블루에는 최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 국가 대표 선수 3인이 소속돼있다. 이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콩두 판테라, 콩두 운시아, 콘박스 스피릿 등 다수의 경쟁자들은 경기 날짜를 바꿔주는 등 통 큰 배려를 했다.
같은 조 메타 벨리움도 마찬가지였다. LW 블루와 대전 날짜를 바꿔주면서 개막 첫 주에만 2경기를 치렀고, 전부 패했다. 그리고 오는 9월12일 예정돼있던 LW 블루전이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조별 예선서 탈락이 확정됐다. 이제 잔여 경기는 없다. 이들의 시즌4는 그대로 끝이 났다.
메타 벨리움의 ‘낙엽’ 이유빈 코치는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2일 낮 12시경 잠에서 깬 뒤 LW 블루의 기권 소식을 들었다”면서 “경기 순서를 양보하고 휴식도 없이 2경기를 치렀더니 시즌이 일주일 만에 끝났다”고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팬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23일 서울 e스타디움에서 만난 한 메타 팀 팬은 “지난 18일 콘박스 스피릿전이 시즌 마지막 경기일 줄은 몰랐다. 경기 후 선수들도 ‘다음 LW 블루전은 힘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었다”며 “챌린저스 오프라인 예선 시절부터 응원해온 팀의 APEX 첫 시즌이 일주일 만에 끝나게 됐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콘박스 스피릿이나 X6 게이밍도 통보 이튿날 오전이 되어서야 LW 블루의 기권 사실을 알았다. 23일 LW 블루와의 경기가 예정돼있던 X6 게이밍은 그 전날까지도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LW 블루와 같은 조에 속한 한 팀 관계자는 “저희도 기권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다음 날 OGN이 전달해줘 알았다”면서 “저희로선 조금 그런 게 (LW 블루가) 지금(22일 오후)까지도 스크림을 잡고 있더라. LW 블루 측으로부터 미안하단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황당해했다.
현재 가장 뒤통수가 얼얼한 건 APEX 방송사이자 주최사인 OGN이다. LW 블루 경기가 하루 앞두고 취소되면서 리그 및 방송 스케줄이 꼬였다. 티켓 예매 취소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도 이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여기에 ‘참가 팀이 야반도주한 리그’가 됐으니 대회 권위도 타격을 입은 셈이다.
한 OGN 관계자는 “APEX 제작진이 LW 블루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재차 당부하면서 “하지만 LW 블루가 지난 21일 23시56분경 카카오톡 메시지로 기권을 선언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 그들에게 APEX 시즌4는 보험에 불과했나
LW 블루는 이번 기권 통보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LW 블루의 기권이 오버워치 리그 참전으로 인한 일정 문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LW 블루 소속 ‘야누스’ 송준화와 전 LW 레드 소속 ‘후’ 박제형은 지난 3일 조지명식에 새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당시 유니폼에 자신들 이름이 아닌 ‘새별비’ 박종렬과 ‘플라워’ 황연오의 이름이 표기돼있어 화제가 됐다.
해당 유니폼은 e스포츠 MD 전문 업체 ‘이니시’의 작품이다. 이니시는 루나틱 하이, 삼성 갤럭시, 아프리카 프릭스 등의 유니폼 및 MD 상품 제작을 맡고 있다. LW 블루 또한 이들과 손을 맞잡을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니시 관계자는 “LW 블루는 시즌 시작 전 유니폼 제작 계약을 취소했다. APEX 기권 소식은 저도 뉴스로 확인했다”면서 “샘플 유니폼 2장을 먼저 LW 블루 측에 전달했었는데 조지명식날 선수들에게 그걸 입혀 내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LW 블루에게 APEX 시즌4는 보험이었는지 묻고 싶다. 오버워치 리그 참전이 불발됐을 때 가동할 플랜 B에 불과했는지 알고 싶다. 경기도 치를 수 없을 만큼 APEX에 집중이 불가했다면, 애초에 참가를 말았어야 했다. 혹은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기권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본인들을 믿고 지원해준 방송국, 배려해준 동업자들, 그리고 그 팬들을 기만하는 일은 옳지 않다. 멀쩡한 선수 앞길을 가로막은 일 때문에 성명문을 발표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LW 블루는 ‘트롤링’을 거듭하고 있다.
OGN 측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W 블루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디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끔 본보기가 될 만한 강력하고, 엄격한 제재를 가하길 바란다. 트롤링이 누적됐으면 제재도 강화돼야 한다. 이건 오버워치의 룰이면서 게임의 룰이다. 트롤러를 위한 자리는 없어야 한다.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