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자정 능력 잃은 KBO, 이젠 대가 치러야 될 때

[레드카드] 자정 능력 잃은 KBO, 이젠 대가 치러야 될 때

기사승인 2017-08-30 13: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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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KBO는 올해 바람 잘 날이 없다. 경기 안팎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2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를 앞둔 ‘국민 스포츠’의 처지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다.  

리그를 송두리째 흔든 ‘심판 금품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달 한 매체 보도에 의해 최규순 전 심판이 2013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 고위 관계자와 돈 거래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던 ‘돈 먹은 심판’이 현실화 된 순간이었다.

문제는 당시 KBO가 이를 인지했음에도 은폐하려는 데 급급했단 것이다. KBO는 심판과 구단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최규순 심판이 송금 받을 때 제시한 차명계좌와 예금주를 확보했으면서도 검찰조사 의뢰는 물론 추가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돈 거래 사실을 시인한 두산 구단에 “추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경고 수준의 조치만 내리는 데 그쳤다.

KBO의 허울뿐인 자체조사는 곧바로 민낯을 드러냈다. 29일 KIA 타이거즈 구단이 검찰 조사 끝에 심판과의 돈 거래 사실을 인정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당초 KBO 자체조사에 따르면 KIA 구단은 “심판과의 돈 거래가 확인된 바 없다”고 답신을 보냈다. 하지만 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압박이 심해지자 이제야 돈 거래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런 스캔들이 두산과 KIA에만 그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뇌물 스캔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이 최 전 심판의 자금 거래 내역을 추적하면서 지금껏 알려진 두산과 KIA 외에도 2~3개 구단 관계자들이 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9일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를 비공개로 소환했다. 돈 거래에 엮인 제3, 제4의 구단이 드러날 경우 리그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접어 들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KBO를 경기 내적으로 괴롭힌 건 심판판정이었다. 올 시즌 내내 KBO는 의아한 심판 판정과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낸 비디오 판독 센터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심판 판정으로 인해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은 비디오 판독 센터의 미숙한 규정 숙지로 인해 홈런을 도둑맞는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당장 29일 롯데와 두산전만 해도 3루심의 판정번복으로 인해 경기 흐름이 묘하게 뒤바뀌었다.

숱한 논란에도 KBO는 심판진에 벌금이나 일시적인 출장 정지의 가벼운 징계만 내렸다.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말은 사태를 무마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KBO의 제 식구 감싸기가 이어지는 동안 심판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과의 돈 거래 의혹은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부작용이 벌써부터 속출한다. 팬들이 경기 결과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두산과 KIA는 경기에서 승리했음에도 심판을 매수했다는 팬들의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다. 올 시즌 심판판정에 유독 피해를 본 롯데를 두고는 “심판과 돈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피해는 온전히 죄 없는 선수들의 몫이 됐다.

KBO의 제 식구 감싸기는 기득권이 아닌 팬과 선수를 향한 것이어야 했다. 환부를 덮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도려내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과 같은 충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를 놓쳤고 자정능력까지 상실했다. 심판과 구단의 돈거래 조사가 마무리 되면 검찰의 칼 끝은 KBO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이젠 KBO가 대가를 치러야 될 때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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