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8의 첫 롤챔스가 끝났다. 차기 시즌 챌린저스로의 복귀가 확정됐다.
에버8 위너스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승강전 최종전에서 CJ 엔투스에 세트 스코어 1대2로 패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만큼 소득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다사다난했던 에버8의 서머 시즌을 복기해본다.
▶ 시즌 초반 스포트라이트 독차지한 ‘셉빠이’
‘챌린저스 최고 미드라이너’는 롤챔스 무대에서도 제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미드라이너 ‘셉티드’ 박위림이 시즌 초반 롤챔스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쿠로’ 이서행이나 MVP ‘이안’ 안준형 등 중상위권팀 미드라이너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같은 날 경기를 가졌던 ‘페이커’ 이상혁에게 “앞서 진행된 박위림의 경기를 어떻게 보았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팬들은 박위림에게 ‘셉빠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상혁의 별명 ‘센빠이’에 빗댈 만큼 그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에버8은 ‘셉빠이’의 선전에 힘입어 비교적 빠르게 첫 승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시즌 2번째 경기에서 MVP를 만나 2대0 완승을 거뒀다.
▶ 노출된 약점, 길어진 슬럼프
짜릿했던 첫 승 이후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에버8은 2라운드 락스 타이거즈전을 이기기 전까지 10연패를 기록했다. 그중 절반 이상인 6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2 완패를 당했다.
탑 ‘헬퍼’ 권영재와 원거리 딜러 ‘들’ 김들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사실이 드러나자 상대팀의 견제가 미드로 쏠렸다. 정글러 ‘말랑’ 김근성도 메타 유행을 따라잡지 못해 시즌 내내 고전했다.
팀의 구심점이 돼주길 바랐던 베테랑 ‘컴백’ 하승찬도 새 팀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글러와 서포터를 오가며 출전했지만, 어느 포지션에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 7월 bbq 올리버스전을 끝으로 ‘엘라’ 곽나훈에게 주전 서포터 자리를 내줬다.
후반 운영 능력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시즌이었다. 특히 삼성 갤럭시와의 맞대결에서는 1·2라운드 경기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고도 후반 운영의 미숙함으로 내리 역전패를 당했다.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 굴러들어온 복덩이 ‘기인’ 김기인
탑라인에서의 수동적인 플레이가 약점으로 지적되자 에버8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신인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을 영입했다. 데뷔전부터 탑 루시안을 선보인 김기인은 공격일변도의 화끈한 플레이를 펼쳐 팬들의 눈도장을 받아냈다.
그는 ‘헬퍼’ 권영재와 정반대 성향의 탑라이너였다. 카밀, 잭스 등 스플릿 푸시에 능한 캐리형 챔피언을 선호했다. 지난 12일 콩두 몬스터와의 승강전 2차전 2세트에는 나서스를 꺼내 들기도 했다. 자연스레 팀의 색깔도 바뀌었다. 미드 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탑 캐리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승패와 상관없이 전략이 다채로워졌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김기인의 최고 강점은 솔로 킬 능력이었다. 그는 정규 시즌 2라운드에 투입돼 총 20세트를 치렀고, 12번의 솔로 킬을 따내면서 이 분야 5위에 올랐다. 그보다 많은 솔로 킬을 따낸 롱주 게이밍 ‘칸’ 김동하, 삼성 ‘큐베’ 이성진, kt 롤스터 ‘스멥’ 송경호, 팀 동료 박위림은 전부 40세트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이었다.
▶ 한 끗이 부족했던 승강전
정규 시즌 3승15패를 기록한 에버8은 10위, 즉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9위 bbq 올리버스를 비롯해 챌린저스 1·2위인 CJ 엔투스, 콩두 몬스터와 승강전을 치르게 됐다.
에버8은 첫 경기에서 콩두에 1대2로 석패한 데 이어 패자전에서도 CJ에 1대2로 패했다. 경기를 최종 세트까지 끌고 갔는 데는 성공했으나 가장 중요한 3세트를 모두 내줬다. 첫날 2패를 기록하면서 에버8은 강등이 확정됐다. 이들은 오는 2018 스프링 시즌을 챌린저스에서 치른다. 최종전 상대가 지난 4월 2017 롤챔스 서머 스플릿 승강전에서 한 차례 꺾었던 CJ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꼴찌를 기록했고 강등됐다. 겉으로 보기엔 비루한 성적표다. 그러나 그 내실은 어느 때보다도 알찼던 시즌이었다. 많은 걸 배웠고, 또 경험했다. 일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롤챔스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게 증명됐다. 이들에게 오늘의 패배는 내일의 승리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