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즉흥적 결정과 일부 업체의 관심 부족으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및 금융공기업 등 총 53개 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하반기 신규채용을 위한 공동 채용박람회가 13일 서울 동대문 DDP플라자에서 개최됐다.
참여 업체들이 지난해 보다 680명 늘어난 4817면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번 박람회에 대한 관심을 뜨거웠다. 하루 종일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현장 서류전형을 진행한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에는 100m 정도의 대기줄이 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는 지방은행이 제외됐으며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씨티은행,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주요 금융사도 빠졌다. 대부업도 금융위가 대외적인 인식을 핑계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참석은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 금융위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방은행은 3~5년내 이직하는 경우 많고 지점 확대, 수도권 진출 등으로 인원이 항상 부족하다. 채용을 늘여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방은행은 제외됐지만 지방에 본사를 둔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은 참여해 대조를 이뤘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 채용규모, 대외적인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권에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인식이 좋지 않는) 저축은행, 대우업체 등에 대해 채용박람회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이들 업체도 채용과 같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융위의 편향된 결정과 함께 일부 금융사도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씨티은행은 수시채용을 이유로 참여를 하지 않았고 키움, 하나금융투자, 대신 등 3개 대형증권사는 채용규모와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참하지 않았다.
금융위의 즉흥적 결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이날 참여 업체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지난달 중순이 지나서야 참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갑작스럽게 결정되는 바람에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권 한 관계자도 “채용 박람회를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뽑지를 않는데 나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보여주기 차원에서 좋을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취업준비생들에 도움 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속이는 행위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시채용방식으로 다해 봐야 9000명정도다. 인원이 많지 않다가 보니 제외 된 것을 알고 있다. 채용을 안 할 건데 설명회에 나가봐야 무슨소용 있겠는냐”라며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과 무관심에 대한 지적에 대해 금융위 이형주 금융정책과장은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해서 더많은 기관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