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KBO 반쪽짜리 에이전트, 정부 눈치 본 결정인가

[옐로카드] KBO 반쪽짜리 에이전트, 정부 눈치 본 결정인가

KBO 반쪽짜리 에이전트, 정부 눈치 본 결정인가

기사승인 2017-09-27 14: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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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연봉협상 풍경이 바뀔 전망이다. 선수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곧 시행됨에 따라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증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편으로는 에이전트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배제한, 반쪽짜리 에이전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에이전트 제도 시행을 결정했다. 그간 KBO는 공식적으로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지식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다보니 구단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는 일이 잦았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이젠 팽팽한 협상이 가능해진다. 전문지식이 풍부한 에이전트가 구단과 협상을 벌인다면 선수들도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에 임할 수 있다. 대형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의 경우 이전부터 에이전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에이전트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계약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르다.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NPB는 선수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는 규모가 협소하다고 해도 메이저리그는 ‘스캇 보라스’와 같은 대형 에이전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과 강정호, 추신수 등도 대형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인 계약을 이끌어냈다. 

또 에이전트는 단순히 연봉 협상만 진행하지 않는다. 선수의 부상과 컨디션 관리를 돕기도 한다. 에이전트 제도 도입으로 다수의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선수들이 구단 외적으로 질 높은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당장 KBO가 내놓은 에이전트 제도는 보완해야 될 점이 많다. KBO는 이사회에서 에이전트 1명당 선수를 총 15명(구단당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형평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자본의 흐름대로라면 능력 있는 에이전트는 대형 계약이 가능한 선수에 몰리게 된다. 자연히 비주전, 2군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선수협은 이에 대해 “대리인 운영 현실을 무시한 채 선수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저연차, 저연봉 선수를 소외시킬 수 있다”며 “구단들의 규제로 제한적인 대리인제도를 시행하지만 선수보유수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하도록 구단들을 설득하겠다”고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밖에도 KBO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연봉 관련 업무로 제한시켜 에이전트의 긍정적인 역할을 감소시키는 의아한 결정을 내렸다. 갑작스런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KBO의 이번 결정이 공정위-문체부 칼날 피하기’의 한 방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KBO는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고도 에이전트 제도를 16년 동안이나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더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여기에 KBO는 심판 뇌물 수수 사건 등으로 인해 안팎으로 입지가 곤란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O로서는 ‘FA 등급제’와 부상자명단(DL) 제도 등 선수 권익을 위한 제도보다 에이전트 제도 시행으로 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게 시급했을 지도 모른다. 

에이전트 도입으로 초래할 ‘몸 값 인플레이션’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치솟던 몸값은 지난해 최형우의 FA 계약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어 이대호까지 4년 150억에 도장을 찍었다. 벌써부터 다음해 FA를 맞는 황재균과 손아섭도 100억을 웃도는 금액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시장 규모에 비하면 부담스런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다면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프로야구는 최근 국제대회 참패, 심화되는 타고투저 등으로 질적 수준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황재균과 김현수, 박병호 등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타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고전하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커졌다. 납득할 수 없는 지나친 몸값은 자칫 팬들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에이전트 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도입됐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미심쩍고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다. 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차근차근 보완하고 손보겠다고 밝혔으니 지켜 볼 일이다.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들의 권익 증진을 도울지,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반쪽짜리 제도로 남을지는 KBO의 노력에 달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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