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거래소 정찬우 이사장 사퇴 등 금융기관 내 수장들의 인사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내 내년 초 임기를 마감하는 기관 수장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협회장등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경우 정부가 직접 협회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도 지난 정권(MB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연임에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 등도 임기가 아직 2년 남았지만 전 정부(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의 주목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업계 내 평판 ‘긍정적’…새 정부 부담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과 은행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75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한 삼성 출신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증권에서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을 맡는 등 은행과 투자업계 모두 정통한 전문경영인이다.
황영기 회장은 지난 2015년 2월 투자업계 회원사들의 과반이 넘는 투표율로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임명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황영기 회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A증권사 내 고위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권익을 위해 은행연합회와 날선 대립을 했고,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했던 분”이라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등 증권업계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변해 왔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회장 임명 당시 자산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연임도 염두해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황 회장은 지난 보수정권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와서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의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 당시에도 MB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의 개인적 능력과 무관하게 그는 이전 정부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은 확신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회장직은 한국거래소와 달리 정부가 직접 선임하지 않고 회원사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가 된 이상 그의 입지가 예전만큼 넓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게다가 그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업계에 이슈로 불거졌을 무렵 주진형 당시 한화투자증권 사장에게 리포트를 합병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써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밖에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2019년 11월 임기만료) 등도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임기 내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창용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관료다.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예탁결제원 이병래 사장(2019년 말 임기 만료)도 연임은 확실치 않다.
다만 반론도 있다. 두 사람은 정찬우 전 거래소 이사장과 달리 ‘낙하산 논란’에서 비껴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계 우병우로 불렸던 정찬우 전 이사장과 달리 내부에 큰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전문성 측면에서나 시기를 보더라도 교체할 만한 명분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