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0일 물량팀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는 ‘공기 단축과 영업이익에 뒷전으로 밀린 안전’이 근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경 수사본부는 1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8월20일 오전 11시35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4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7만4000t급 유조선 내 RO(잔유)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도장 작업 중이던 물량팀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해경은 남해해양경찰청 수사정보과장을 본부장으로 수사관 41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업체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점 등이 확인되면서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해경 조사 결과 내부 도장 작업에 사용하는 방폭등은 제기능을 상실한 불량품이었고, 현장에 설치돼 있던 내‧외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배출기‧흡입기 또한 매뉴얼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매뉴얼 절반만 설치된 배출기‧흡입기 수가 정상인 것처럼 ‘환기 작업표준서’가 변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스폭발 위험이 있는 밀폐 공간에서 작업할 때는 작업 전 내부 가스농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하청업체는 사고로 작업자들이 숨지자 뒤늦게 이들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것처럼 위조해 노동계로부터 의혹을 샀다가 해경에 덜미가 잡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탱크 내부에 차있던 가스는 도장 작업 중 발생하는 유증기이며, 폭발의 직접적 원인은 불량 방폭등으로 지목했다.
해경 수사본부는 조사 결과와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부족한 환기시설로 가연성 가스가 탱크 내부에 쌓인 상태에서 방폭기능을 상실한 방폭등 내부로 가스가 유입되면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해경은 원‧하청업체 모두 공정기간 단축과 영업이익 등을 앞세워 작업자들의 안전 설비나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STX조선해양 조선소장 조모(55)씨 등 원청업체 관계자 11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5명 등 1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조선소장 등 5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조만간 이들의 신병을 검찰에 넘기는 한편 조선소 내 원‧하청간 안전관리에 대한 구조적 책임을 계속 규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