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펀드] 사모와 헤지펀드 '양날의 검'

[알기쉬운 펀드] 사모와 헤지펀드 '양날의 검'

기사승인 2017-10-20 05:00:00


사모펀드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공포펀드를 대체하는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총액은 약 286조원으로 공모펀드(230조원) 보다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부터 공모펀드를 추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모펀드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까닭은 공모펀드의 부진이 원인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가입 최소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투자자문사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는 투기적 성향의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기업 개입 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투자가 반드시 부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과거 사모펀드의 개입이 오비맥주의 실적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사례도 있어서다. 

◇ 사모펀드·헤지펀드 vs 공모펀드 특성과 차이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펀드는 공모형 펀드다. 공모펀드는 다수의 투자자(100명 이상)를 공개 모집해 누구라도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펀드 운영자가 투자를 한 뒤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또한 공모펀드는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가 엄격하다.

반면 사모펀드는 투자신탁법상 100인 이하 투자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50인 미만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비공개로 운용된다. 

주식 매입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차이는 뚜렷하다. 사모펀드는 발행주식의 편입 제한이 없어 특정 주식을 100%까지 매입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펀드 총액의 10%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사모펀드는 PEF와 헤지펀드로 분류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사적펀드(프라이빗 펀드)로 구분하고 국내 보다 다양한 유형의 펀드가 많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둘다 높은 수수료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통상적으로 운용자산의 2%와 운용수익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대체적으로 사모펀드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고 경영권 행사에도 관심이 높다. 반면 헤지펀드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단기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권 보다는 시세차익 위주인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2015년 10월 25일 사모펀드제도 개편을 계기로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_PEF)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나뉘게 됐다.

상장 기업에 대한 개입과 관련해서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헤지펀드 보다 벨류에이션이 높다. 사모펀드는 헤지펀드에 비해 투자자금이 lock-up(보호 예수) 될 수 있는 장치들을 갖고 있어서다. 반면 헤지펀드의 경우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의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수익은 높지만 손실도 크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동안 사모펀드(PEF)에 투자했다가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에서 ‘원금 보전 추구형’ 사모펀드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 사모펀드·헤지펀드 부정적 인식…외국계 투기 자본 영향

국내에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는 외국계 투기자본 성격을 가진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에 개입하면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우선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됐던 것은 1997년 말 외환 위기다. 1997년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퀀텀펀드'를 필두로 수백 개의 핫머니들이 아시아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태국 바트화를 융단폭격했다. 태국 바트화가 위기에 봉착하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한국, 홍콩까지 위기가 연쇄적으로 번졌다.

당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시아 금융위기 원인을 소로스 등 투기자본을 그 장본인으로 지목하면서 “이들 유태계 투기 자본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지 소로스는 이후 자신의 저서 ‘세계자본주의 위기’에서 태국 바트화 공격에 대한 사실을 시인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모펀드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구조조정 중인 한국 기업들의 자산을 헐값에 인수했다가 나중에 되팔아서 큰돈을 벌었다. 국부 유출을 막고자 2004년 말 정부가 법률을 개정해서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소버린의 SK텔레콤 지분 인수 사태 후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커졌다, 소버린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SK텔레콤에 2년4개월 동안 투자해 9000억원대 이익을 거뒀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컨도 지난 2006년 민영화된 KT&G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 뒤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다. 칼 아이컨은 당시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개입을 시도했고 1년 반 이후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취하고 한국을 철수했다.

또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도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악명이 높다. 엘리엇은 지난 2000년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한 뒤 아르헨티나가 티폴트(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엘리엇은 2012년 승소해 16억 달러를 상환받았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사모펀드 역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팔아치워 4조60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론스타도 ‘먹튀’ 혹은 ‘투기자본’이라는 시각이 크다. 최근 론스타는 국세청과 17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이 같은 사례 덕분에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 등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또한 장기투자가 아닌 단기투자에 가까워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을 낸 뒤 팔아치운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기업에 순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OB맥주는 사모펀드 투자 이후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 보다 공격적인 투자 및 운영방법 개선을 통해 회사의 벨류에이션을 끌어올린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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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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