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리타-타그리소 약가협상, 환자 위한 결정돼야

[기자수첩] 올리타-타그리소 약가협상, 환자 위한 결정돼야

기사승인 2017-10-20 00:10:00
‘글로벌 신약 대 국산신약’의 대결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와 올리타의 운명이 오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동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한 두 약제는 이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의 최종 보험약가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달 전 약평위 통과 때만 해도 타그리소와 올리타 모두 무리 없이 연내 급여에 등재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리타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타그리소의 약가협상이 난항을 겪게 됐다. 최종 협상기간이 이례적으로 일주일 연장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타그리소의 철수설까지 나오며 논란이 확대 되고 있다.

올리타와 타그리소의 가격적정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약이 ‘같은 약’, 즉 대체 가능한 약으로 볼 수 있냐를 지적하고 싶다.

신약이 나왔을 때 그 약의 실질적인 혜택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3상 임상시험 결과이다. 3상 임상시험은 기존 약과의 직접비교가 이루어지는 임상시험으로 이를 통해 현재 치료대안보다 새로운 약이 더 나은지를 확인한다.

타그리소 3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표준치료법인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PFS)를 2배 이상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최종 승인까지 획득하고, 현재 전세계 40개 이상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올리타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10여개 국가에서 올해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충분한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효과가 입증된 약’과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약’ 이것이 바로 타그리소와 올리타의 차이다. 

여기에 두 약제에 들어간 연구 기간과 투자비용이 또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효과의 정도도 다르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뢰 수준 또한 다른데 같은 질환에 사용한다고 두 약제를 비교선상에 놓고 가격협상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의료현장에서도 두 약제를 같은 약제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인은 한 약제에 효과가 없거나, 내성이 생길 경우 다른 약제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가격협상 결렬로 인해 보험약제가 한가지 밖에 없다면 환자들의 선택권은 축소되고, 이로 인해 생명연장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약제가 암을 치료하는 약제라면 환자의 피해는 더 클 것이다.

저렴한 약가는 환자는 물론 건강보험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적정한 약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신약개발을 줄어들 것이다. 글로벌 신약을 한개 개발하는 데 십수년의 시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국내에서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한다면 국내에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두 약제의 최종 약가협상이 진행된다.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적정한 약가협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약가협상으로 환자들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이 피해보는 상황이 없도록 말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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