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으로 IPO(기업공개)를 통해 증시에 상장된 기업 11곳 가운데 9개 회사가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밸류에이션보다 공모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에게 전가된 셈이다. 이를 두고 ‘한투증권의 저주’라는 말이 투자업계 관계자를 사이에 돌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11개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을 주관했다. 한투는 3분기까지 기업공개(IPO)에서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공모 건수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기간 한투가 맡은 대표적인 업체는 ▲서플러스글로벌 ▲펄어비스 ▲이즈미디어 ▲피씨엘 ▲에프엔에스테크 ▲덕우전자 ▲샘코 ▲유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이 가운데 백신 개발 위주의 바이오기업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24일 특례기업으로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가 6000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다음날(1월 26일) 주가는 4727원으로 급락했다. 10월 24일 종가기준 유바이오로직스는 4900원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업체 피씨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피씨엘은 한투가 올해 주관한 상장 회사 가운데 주가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 업체다. 피씨엘은 상장 첫날인 지난 2월 23일 공모가(8000원) 대비 14.5% 오른 916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2월 말 986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피씨엘(24일 종가기준)은 4965원으로 공모가 대비 37.93% 급락했다.
에프엔에스테크도 공모가(1만4000원), 시초가(1만7050원) 대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는 9180원으로 공모가에 비해 34.42% 하락했다. 또한 반도체 중고장비 기업 서플러스글로벌의 주가(6860원)도 공모가(8000원) 대비 14.25% 감소했다.
한투가 대표 주관한 상장회사 중에서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2개 기업에 불과했다. 덕우전자의 주가는 1만6750원으로 공모가(1만5500원) 대비 8.06% 증가했다. 게임업체 펄어비스의 현재 주가도 14만1900원으로 공모가(10만3000원) 보다 37.76%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서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표주관한 증권사도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수수료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모가를 과도하게 평가할수록 손실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주관 증권사도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IPO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