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자동차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IT업체 협력 강화와 더불어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지배구조의 핵심인 MK(정몽구)에서 정의선으로 조금씩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다만 정 부회장이 그룹 핵심인 현대차에 갖고 있는 낮은 지분율(2.28%)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승계 구도가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갈 수 있다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핵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많은 지분(11.72%)을 갖고 있다.
◇ 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지원…향후 상장 가능성 ‘설왕설래’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분 확대가 눈길을 끈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은 11.72%로 개인 최대주주다. 기업 중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맏형 ‘현대건설’(38.62%),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차(9.35%) 등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엠코 주식 261억원치를 사들인다. 2005년 5월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유상증자 참여, 113억원을 출자해 현대엠코 지분 25% 지분을 보유했다.
현대엠코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속 배당 실시했고 정의선 부회장은 이 기간 동안 476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챙겼다.
이후 현대엠코는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11.72%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합병된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으로 지난 2015년 해외건설 수주 1위(총 57억4705만 달러)에 등극한다. 반면 현대건설(34억158만 달러)은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가능성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에서 승계 비용 마련 등 장외주식을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고 그 대표적인 주식이 바로 현대엔지니어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주가 급증으로 논란이 된 삼성SDS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왔다. 삼성은 상장전에 중요 매출을 창출하는 일감들을 삼성SDS에 몰아 주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현재 상장에 대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면서 상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 현대글로비스 정점 통한 지배구조 개편?
향후 정의선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으로 소유지배구조를 만들거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지분 승계 예상하고 있다.
실제 LG그룹을 비롯해 GS, SK, 한진그룹 등 4대 재벌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재벌개혁의 핵심이었던 순환 출자 구조에서 현대차그룹도 그 대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이들에 대한 충분을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2.28%, 기아차(1.74%)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에는 정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분은 없으나 정 부회장이 최대 지분(23.29%)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0.67%)가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가 4.8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자동차가 최대 지분(16.88%)를 갖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자동차가 최대 지분(33.88%)이다. 모비스를 지배하면 현대·기아차를 모두 지배하는 동시에 지난 2014년 이후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 구조 해소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다. 현재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5조~6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의선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으로 소유지배구조를 만들거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지분 승계를 예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회사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몇 년 간 자산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2년 현대글로비스의 자산 규모는 4조2578억원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8조2894원으로 94.68% 늘어났다.
기업 상법 관련 변호사는 “글로비스는 정의선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로 일감몰아주기로 잘 알려진 기업”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연결고리에있는 글로비스를 통해서 현대자동차그룹 승계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배구조 변화 예상한다”면서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를 상대로 하는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등 계열사 의존도를 현격히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은 “현대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게 되므로 총수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사라진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부 매각으로 향후 M&A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