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매각 엇갈린 시각, 마침내 정착 vs 독이 든 성배

하이투자증권 매각 엇갈린 시각, 마침내 정착 vs 독이 든 성배

기사승인 2017-11-10 05:00:00

대구 경북 지역의 금융지주사 DGB금융지주가 증권사(하이투자증권)를 인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했던 하이투자증권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반면 업계 일부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결국 M&A의 재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증권사를 인수해서 경영 지속성을 보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방의 금융지주사 DGB금융지주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확정지으며 종합금융회사로 탈바꿈한다. 

DGB금융지주는 이달 8일 이사회에서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DGB금융은 증권업 진출로 은행, 보험 외 증권, 자산운용 등 다양한 사업 포토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인수 가격은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을 포함해 45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금융지주사로 인수한 것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우선 일부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DGB금융 입장에서는 경남권을 공략하는 교두보로서 하이투자증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 편입 시 지역금융그룹(대구은행)의 특성상 높은 고객충성도를 기반으로 DGB금융 거래 기업고객의 IPO(기업공개)·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회사채 발행 등 CIB(기업투자은행) 영업이 확대될 여지가 높고, 복합점포 개설을 통해 은행 고객에게 적극적인 증권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NICE신용평가는 하이투자증권의 장기 및 단기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등급감시(Credit Watch) 대상에 등재했다. 이는 DG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던 하이투자증권 지분(85.3%) 인수를 결의함에 따라 향후 외부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도 “현대중공업과 같은 산업자본이 증권사를 소유하는 것 보다는 금융지주사로 편입되는 것이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IPO(기업공개) IB(기업금융)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금융계열사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확실히 금융지주계열로 편입되는 것은 유리하다. 또한 리테일 등 영업 기반에서 DGB금융지주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인수가 하이투자증권에 큰 악재일 수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지주계열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하이투자증권 내 구성원에게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DGB금융그룹이 하이투자증권 인수한 이후에 하이자산운용과 선물을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하이자산운용의 비중을 볼 때 하이투자증권으로는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도 “DGB금융그룹도 자산운용사를 이미 인수하고 있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이자산운용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팔아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이 매각을 추진했으나 고용 안정성 보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보장을 해 주지 않았다”면서 “DGB금융과 협약을 체결했으나 고용 보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SK그룹의 경우 SK증권 매각과 관련해 5년 고용 보장에 대해서 약속했다”면서 “DGB금융지주도 고용 보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전면적으로 매각을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하이자산운용과 선물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DGB금융 쪽에서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DGB금융에 대해 다소 인색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때 이익 영향은 현시점에서 미미한 반면 실제 인수합병(M&A)에 따른 실익에 대해선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KB증권, 메리츠종금, 한국투자증권도 모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하이투자증권의 최근 부진한 경영실적과 낮은 수익성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가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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