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술독에 빠진 10대 청소년 위험천만

[진료실에서] 술독에 빠진 10대 청소년 위험천만

기사승인 2017-11-13 05:00:00
글·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

[쿠키 건강칼럼] 얼마 전 할아버지의 승용차로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10대가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19)군은 혈중알코올농도 0.07%인 만취 상태로 친구 6명을 태우고 음주운전 중 옆 인도를 올라타 보행자를 사망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 음주율이 증가하면서 청소년 범죄 수위도 날로 높아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 음주는 성인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폐해가 크며 향후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알코올 중독 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은 10~19세 청소년 환자 수가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1415명에서 2013년 1304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4년에는 1588명, 2015년 1726명, 2016년 1767명으로 최근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50대 성인 환자는 줄어든 반면 10대 환자는 2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치료 현장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극히 적다고 볼 때 통계 수치에 비해 실제 음주 문제를 가진 청소년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술에 든 알코올은 성인에 비해 아직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훨씬 더 치명적이다. 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알코올에 의한 조직 파괴가 더욱 심각할 뿐더러 신체 발육 부진과 뇌의 발달 장애, 정신과적 장애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청소년기와 같이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알코올을 접하게 되면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알코올이 해마를 위축시켜 기억력 저하까지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알코올에 의해 이성적 판단과 충동조절 능력, 도덕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될 경우 각종 범죄나 문제 행동에 노출되기 쉽다.

아직 전두엽이 발달 중인 청소년의 경우 만약 알코올로 인해 전두엽이 손상을 입고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성장기의 지속적인 음주는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은 뇌의 보상회로를 지나치게 자극해 비정상적인 쾌감을 경험하게 하는데, 알코올에 의해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 보상회로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음주에 대한 조절력이 상실하게 되면서 중독에 이르게 된다.

청소년기는 뇌의 가변성이 높아 자극에 쉽게 반응하게 되고 그만큼 더 쉽게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다. 통계에 따르면 첫 음주를 시작하는 나이가 13살로 나왔는데, 이처럼 음주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더 많은 음주에 노출되며 알코올 의존증으로 가는 비율 역시 더욱 높아진다.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음주시기를 10대라고 답한 비율이 남성은 39%, 여성은 27%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청소년기에 접한 음주 경험이 향후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알코올 의존증은 아직도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질병으로, 그만큼 치료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청소년에게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족들의 대처다. 만약 청소년 자녀에게 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들이 주위의 시선이나 학업 등을 이유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초기 치료에 개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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