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매 순간 삶과 죽음이 싸움을 벌이는 공간이다. 매일같이 1분 1초를 다투는 위급한 환자들과 각종 사건 사고를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응급실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는 의사 남궁인(33)씨를 만났다.
남 씨는 응급실에서 보고 겪은 이야기들을 모아 두 권의 저서를 남긴 작가이자 이대목동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응급실에서 죽음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는 “응급실에서 겪은 슬픈 감정들을 글쓰기를 해소한다”며 “환자들의 죽음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이 짠해질 때가 있지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좋은 의사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응급실 의사에게는 냉철한 판단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응급실에서는 특히 안타까운 사연의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그는 ‘교과서에 쓰여 있지 않은 환자’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병원을 찾지만,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참고 참다가 병원에 실려 온 환자, 길에서 발견된 환자,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남씨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분들이나 의료보험이 말소된 분, 외국환자 등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환자 등 최소한의 인프라조차 없는 환자들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이야기하는 응급실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다양성’이라는 답을 냈다. 다양한 사람에게 다양한 의학적 스펙트럼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분야의 지식이 걸쳐있는 점이 좋다”며 “바이탈(Vatal)을 보는 의사로 남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도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읽고 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도 활발하다. 남씨는 “SNS로 글을 알리면서 등장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반응하고 피드백하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좋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단지성을 키워나가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현실이나 의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얼마 전 일어난 ‘개 물림’ 사고에 대해서도 견해을 밝혀 여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화제가 되는 사건 중에는 의학적 사실이 중요한 쟁점이 매우 많다. 의사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들어서는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의도와 달리 뜻이 왜곡돼 받아들여질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계속 글 쓰는 의사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독서에 대해 집필한 3번째 저서 출간도 앞두고 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는 최선의 처치를 하는 따뜻한 의사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글 쓰는 의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