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투자의견 없는 NR 리포트, 투자자는 혼란

[알기쉬운 경제] 투자의견 없는 NR 리포트, 투자자는 혼란

기사승인 2017-11-16 05:00:00

최근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진 박주연(가명) 씨는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종목에 관심이 끌렸다. 한달 만에 주가 상승폭이 100%가 넘어섰다.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코스닥 시장을 견인하는 ‘대세주’라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상승세다. 

박 씨는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한달 만 보유하고 있어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박 씨는 해당 종목의 증권사 보고서를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긍정 일색의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은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투자의견은 Not Rated(투자의견 없음)였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보고서에는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명시한다. 매수(투자의견) 일색의 보고서지만 목표주가 조정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의 벨류에이션을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명시하지 않은 기업 보고서도 수두룩하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이 같은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의 입장도 이해할 만 하다. 투자의견이 없는 이른바 ‘NR리포트’가 만들어진 배경은 단순히 애널리스트의 ‘판단 부족’ 혹은 ‘정보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기술 특례 상장 기업과 같은 기업들이 등장해서다. 기술력 혹은 미래가치는 높지만 재무지표는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는 중소 벤처 기업 등은 단순히 벨류에이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들이 그동안 대형사 위주로 분석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스몰캡(소형주)에 대해서도 분석하라고 주문하면서 중소형 벤처기업에 대한 보고서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국내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 NR리포트는 7005개에 달한다. 전체 보고서 분량과 비교하면 적은 비중이다. 문제는 투자의견을 명시하지 않은 종목 가운데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항체의약품 신약개발 전문기업 ‘앱클론’은 한달 새 주가 상승폭이 163.75%에 달한다. 지난달 13일 이 기업의 주가는 2만6350원이었으나 현재(11월 15일 종가기준) 6만9500원에 달한다.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기업인 ‘신라젠’의 주가도 무섭게 올랐다. 한달 동안 신라젠의 주가 상승률은 108.83%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은 현재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이다. 즉 재무상황을 놓고 판단한다면 투자가치가 없지만 바이오기업이라는 미래가치를 주목한 것이다. 

결국 해당 기업들이 수년 간 적자 상황을 버티면서 뚜렷한 실적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제넥신, 신라젠, 앱클론 모두 훌륭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상용화 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그만큼 제약·바이오라는 업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3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용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제약·바이오주는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이다”면서 “제약·바이오기업의 특성 상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해도 결실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휴지조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당시 줄기세포주도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조아제약의 경우 4000%의 주가 상승(저점 대비)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희대의 과학 사기극’으로 밝혀지면서 줄기세포주는 폭락하고 말았다. 현재 줄기세포를 다루는 바이오기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주는 황우석 광풍의 후유증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실제 주목을 받을 만한 성적을 받지 못함에 따라 현재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다소 소외된 상황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주가 크게 반등할 때 줄기세포 치료제 쪽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없음에도 주가가 폭등할 경우에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3월 코데즈컴바인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면서 주식시장은 크게 뒤흔든 적이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코데즈컴바인의 주가는 지난해 3월 2일 2만3200원에서 갑작스런 상승세를 보이면서 15일 5만1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해 주주들을 놀라게 했다. 15일도 안되는 기간 동안 주식가치가 6배 이상 오른 것이다.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17일부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면서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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