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똑똑한 소비] 중독은 왜 비싼가…거래비용과 가격

[신동민의 똑똑한 소비] 중독은 왜 비싼가…거래비용과 가격

기사승인 2017-11-16 10:43:39

우리가 비싼 것을 비유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금이다. 세계 통화의 기준이 될 정도로 기본이 되는 것이 금이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은 당연하다. 

금에 버금가는 고가품에 마약류가 위치하고 있다. 마약 중에서 헤로인은 양귀비에서 얻은 모르핀을 정제해 만드는 전통적인 마약이다. 약효가 빠르고 강한 중독성을 갖기 때문에 코카인, 필로폰과 함께 마약의 대표 3인방이라 할 수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헤로인은 세계적으로 연간 430~450톤이 거래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1g에 110달러 정도 시세로 거래된다고 하니 엄청난 금액이 거래되는 것이다. 

마약 원가의 대부분이 마약 그 자체의 가격이라기보다는 위험을 동반한 거래 비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까지 모두 불법이니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거래를 해야 한다. 위험 부담으로 인해서 가격은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약 거래에는 항상 마피아나 조직폭력배가 배후에 존재하게 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이 필요하여 조직을 통하여 관리하고 관련된 비용은 모두 마약 가격에 더해진다. 마약을 사는 중독자들은 마피아 조직원의 월급을 내고 있는 것이다.

마약을 거래하는데 비용이 높지 않다면 마약 가격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의 가격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약의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까? 사실 마약 가격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숨겨져 있다.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서 관세청, 경찰, 검찰 등 수많은 기관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마약의 유통 및 사용을 규제, 단속하고 있다. 단속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마약 거래는 어려워지고 마약의 가격은 더 올라 간다. 마약의 가격은 얼마나 손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마약을 규제 단속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도 1년 동안 685명의 마약 사범이 검거되어 28명이 구속되었다. 이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충분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마약과 함께 중독성이 강한 담배는 어떤가?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담뱃값을 올렸다. 담뱃값을 올려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감소했는가? 통계를 보면 담배의 가격에 대한 수요 탄력성은 낮다고 나온다. 즉 가격이 두 배로 올라도 정작 흡연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지 않아 기대한 효과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려서 흡연을 통제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인 셈이다. 오히려 금연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마약처럼 제조, 판매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흡연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 담배를 마약처럼 규제하고 유통을 방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아마도 불법적인 담배의 유통으로 담뱃값은 폭등 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업자들은 담배 밀수를 시도할 것이다. 정부의 단속이 느슨하다면 담배 밀수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정부의 단속이 마약과 같이 강력하다면 위험을 부담하고 밀수하는 업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가격으로 담뱃값을 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정부에서 부과하고 있는 담배에 대한 세금 수입은 없어지게 되고, 담배를 규제하기 위한 단속 비용만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정부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금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금연을 원하는 것이지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담배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의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세금 수입을 위한 담뱃값 인상인지 국민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담뱃값 인상인지는 분별하기 어렵다. 

일부 금연자를 제외하면 중독에 대한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독을 볼모로 독점적인 가격 권한을 휘두르는 것이다.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라면 고객들은 이런 경우 다른 대체재를 찾겠지만 담배는 세금이 일괄 부과되고 중독성이 있어서 다른 대체재로 옮겨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중독의 높은 비용이다.

또 다른 사례는 도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국인은 기본적으로 카지노에 입장할 수가 없다. 강원랜드만 내국인에게 허용된 유일한 카지노다. 그래서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이나 마카오로 도박을 하기 위해서 원정을 간다. 

반면 중국인들은 한국으로 도박 원정을 온다. 규제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비정상적인 가격 구조를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많은 사례에서 증명되었다. 일본에서는 대로변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파칭코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시설 자체가 모두 불법이다. 그래서 불법 도박장들은 법규와 단속을 피해서 지하로 숨어든다. 그리고 불법 아래에서 또 다른 변칙과 불법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를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면 도박성이 비슷한 경마는 왜 정부가 운영을 하는가? 경마와 파칭코가 기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결국 무엇이든지 정부가 강제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높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높은 가격으로 전가된다.

소비자들은 중독에 엄청난 비용을 높은 가격으로 치르고 규제하는 당국 또한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 무엇을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인간을 욕망을 통제하려고 해서 성공한 적은 없었다. 욕구를 비용을 들여서 통제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욕망과 가격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경제생활의 기본이 된다. 그리고 어떤 대상이던 합리적인 이성이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합리적인 소비는 나의 욕망을 이해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 글=신동민 머크코리아 R&A 컨트리헤드·경영학박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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