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주가 코스닥 시장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 신라젠, 티슈진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바이오사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투기성향 투자자 결집에 따른 과열현상으로 보고 있다.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바이오신약의 희소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바이오신약의 성공 사례가 드문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업 펀더멘탈(기업의 재무상황)이 부실할 경우 실패는 그야말로 필패로 갈 수 있어서다.
◇ 코스닥 바이오주 한달 새 주가 폭등
코스닥 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는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주 셀트리온, 신라젠, 티슈진의 주가는 한달 만에 급격하게 올랐다.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11월 22일 종가기준)는 21만5600원으로 한달 전(10월 20일) 주가(17만8000원) 대비 21.12% 상승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6조4469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25조3742억원)를 제쳤다.
이달 6일 상장한 티슈진의 현재 주가는 6만2500원으로 공모가(2만7000원) 대비 131.48% 올랐다.
신라젠의 주가도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신라젠의 현재 주가는 11만3500원으로 한달 전 주가(5만6500원) 보다 100.88% 뛰어올랐다.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총 7조5478억원으로 코웨이(7조4444억원), 미래에셋대우(7조3961억원), 현대제철(7조2861억원)을 제쳤다. 현대제철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8202억원, 3396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은 기관과 외국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한다.
신라젠의 22일 주가(11만3500원)는 전 거래일(13만1000원) 대비 13.36%(1만7500원)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신라젠에 34만7000주(418억51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 기관은 3만주(39억26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공매도 역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21일) 신라젠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상장 이래 최대치인 424억1242만원에 달했다.
티슈진의 주가도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로 인해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만7400주(53억6700만원), 16만1000주(106억800만원)의 주식을 매도했다.
◇ 바이오주 불안한 재무구조, 미래가치 담보된 ‘베팅’
제약·바이오주의 상승세는 최근 증시 활황 및 헬스케어 산업 성장과 신약 개발 등에 대한 기대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주의 투자를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를 주목한다.
미국의 자동자기업 테슬라가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것도 현재 재무구조와 실적이 아닌 기술력과 잠재력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국내에서 기술특례기업 상장 혹은 코넥스 시장을 개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속적인 적자 손실은 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신라젠은 감사보고서가 처음으로 적용된 201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신라젠 매출 실적은 공동연구개발수익, 라이선스, 마일스톤 수익 등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연구원들의 근속연수는 길지 않다.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라젠의 직원은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를 합쳐 44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는 1년5개월이다. 여성 직원은 3년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R&D(연구개발) 비용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라젠의 R&D 비용은 매출 대비 508.6%에 달한다. 지난해 493.5%, 2015년 455.6%에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티슈진도 잠재가치는 높지만 재무구조는 불안하다. 티슈진은 올해 2분기 18억원의 영업손실,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업의 호재로 주목받는 ‘인보사’의 효능도 논란거리다. 식품의약처에 따르면 무릎관절염치료제 ‘인보사’는 손상된 연골재생 효과가 아닌 통증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결국 향후 미국 임상 3상에서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현재 기업의 상황이 아닌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황에서 신약 개발이 차질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젬백스’라는 바이오기업은 췌장암 항암 백신 개발이라는 기대감으로 코스닥 바이오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임상3상에서 신약 개발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주가는 폭락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라젠 등 바이오기업은 단순한 버블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우수한 한미약품과 달리 바이오벤처 기업이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는다면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라고 하면서도 “현재 신라젠 등 바이오기업의 임상과정과 파이프라인 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거품 현상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도 “현재 바이오 항암제가 국내에서 개발해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임상 3상에 돌입한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