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빵인터뷰] 조승래 의원 “e스포츠협회 비리, 거버넌스 부재 탓”

[직빵인터뷰] 조승래 의원 “e스포츠협회 비리, 거버넌스 부재 탓”

기사승인 2017-12-01 13:00:00

-e스포츠협회, 공공경영 부실이 비리로 이어져

-내년 아시안게임 e스포츠 참가, 2가지 방안 고민

-e스포츠협회 대한체육회 가입, 유연성 발휘 여지 있어

-협회의 대기업 구단 중심 체제, e스포츠 저변과 괴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e스포츠협회 비리 사건에 대해 “거버넌스(공공경영)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쿠키뉴스 스포츠팀은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의원은 “한국e스포츠협회는 내부 견제가 전혀 안 되고 있다. 내·외부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형성되려면 시간과 룰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협·단체로서 공공구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지난 국회 교문위 국감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포함된 내년 8월 아시안게임에 한국이 출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진행상황을 묻자 “두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도체육회 요건을 충족해 가맹하는 방법이 있다고 대한체육회에서 답을 줬는데 그게 잘 안 되면 체육회가 직접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이미 열리고 있는 e스포츠 대회가 있으니 이를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한 후 체육회가 직접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체육회가 직접 대표팀을 선발하는 건 최후의 수단이다. 먼저 미가맹 사태를 해소한 뒤 공식적인 틀을 통해서 출전하는 걸 추진하고, 정 안 되면 비상사태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 가입 요건인 협회 산하 지회의 시·도체육회 가입이 기존 오해와 달리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도 했다. 조 의원은 “시·도체육회에 들어가는 기준이 유연성 발휘가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부산과 인천이 당장 가능성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협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출전도 좌절된다면 충격이 클 것 같다. 그런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의원은 현 협회 체제가 e스포츠 생태계를 훼손한다고 봤다. 조 의원은 “e스포츠를 즐기는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있다. 모 PC방 사장님은 아마추어 게이머들을 데리고 합숙을 시켜가면서 대회에 참가한다. 이게 대한민국 e스포츠 저변”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저변들이 협회하고 괴리가 있다. 협회는 프로 구단 운영 가능한 대기업 중심 아닌가. 프로 구단과 라면 끓여 먹는 재야 고수 간 괴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e스포츠 저변이 엄청나게 넓다. 이것과 프로 e스포츠와의 결합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조승래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에 포함됐다. 한국은 국내 협회뿐 아니라 국제기구도 갖추고 있다. 종주국으로 성장해오는 와중에 체육회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출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올 초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아냐고 문체부에 물었더니 모른다고 답하더라.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그 얘기를 한 번 했었다. 국정감사 직전에는 (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로부터 소위 등록 말소가 돼버리지 않았나. 그 사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발생한 거다. 시·도협회 구성이 안 됐다. 국정감사에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거냐 물었더니 현재로선 출전이 어렵다고 얘기가 됐다.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공신력 있는 단체가 돼야 국대를 선발하고, 국대가 출전할 수 있는 것이라서 현재로선 그렇다.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시‧도에 e스포츠 단체를 구성해서 시‧도단체가 대한체육회를 통해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걸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 바쁘다. 내년에 하계 아시안 게임에 국대 선발해서 엔트리 보내려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하려고 체육회·문체부와 얘기를 하고 있다.

Q. e스포츠협회가 체육회에 들어가고, 아시안게임에 한국이 참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제가 지스타에 가서 그 얘기를 했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을 해야 하는데 대한체육회 가맹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어렵지 않느냐고 하더라. 시·도체육회 여건을 봤을 때 부산이 제일 가능성이 높다 해서 부산시 부시장한테도 가서 하시라고 권유도 하고 그랬다. 실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부산 아니면 인천 이 두 군데가 시·도협회 만들기 용이할 거란 판단이다.

문제는 대한체육회 가맹을 하려면 광역시·도에 몇 개 이상의 지역협회가 구성돼야 하듯, 시·도협회에 들어가려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 몇 개 이상의 단체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유연성 발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빨리 진행을 하려고 한다. 지금처럼 협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안 게임 출전도 좌절된다면 충격이 클 것 같다. 그런 건 막아야 한다.

Q. 조 의원이 국감에서도 한 차례 언급한 것과 같이 e스포츠협회가 체육회에 못 들어가더라도 아시안 게임에 선수를 파견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들었다.

=두 가지를 검토 중이다. 가맹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달라 그랬더니 시·도체육회 요건 충족으로 가맹하는 방법이 있다고 체육회에서 답을 줬다. 그것도 진행이 잘 안 된다면 체육회가 직접 대표를 선발하거나, 이미 각종 대회 같은 게 있으니 대회를 통해서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했다고 보고 체육회에서 직접 대표단을 보낼 수 있는 방안까지도 검토해 달라 요청했다. 이거는 최후의 수단이라서 먼저 검토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먼저 미가맹 사태를 해소하고 공식적인 틀을 통해서 출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정 안 된다고 하면 비상사태로 해야 된다.

Q.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e스포츠만 편의를 봐주느냐 이런 얘기.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은 아니고 시범 종목으로 돼있다. 만약 정식 종목이라면 그런 문제제기가 강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명실상부 우리가 e스포츠 종주국인데… 태권도 예를 들어보자. 종주국인데 출전 안 하는 게 말이 되겠나. 그런 정도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대한민국이 e스포츠에 자긍심이 있다고 본다. 상황이 꼬여있긴 했지만 이 난맥 사항을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Q. 한국e스포츠협회가 비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스포츠가 협회 중심으로 성장해왔다고 한다면, 게임과 엮어 생각했을 때 시장 성장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체육회 가입도 더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협회가 체육회 가맹 조건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더 꼬이진 않을 것 같다. 시·도협회 구성을 통해 체육회 가입을 진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비리사건을 계기로 e스포츠는 물론 게임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e스포츠가 사실 우리나라가 개발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e스포츠 하는 방식이나, 게임 진행이나, 세팅이나, 중계를 하기 위한 프로토콜 같은 걸 만든 게 우리나라인데 지금은 위상이 많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적 선수들이 다른 나라 소속으로 뛰고 그런다.

e스포츠협회의 이런 상황이, 조금 더 e스포츠가 정돈이 돼서 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스포츠를 즐기는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모 PC방 사장님은 아마추어 게이머들을 데리고 합숙을 시켜가면서 대회에 참가한다. 이게 대한민국 e스포츠 저변이다. 그런데 이런 저변들이 협회하고 괴리가 커졌다.

Q. 괴리라는 건?

=아무래도 구단 중심이다 보니 프로 구단 운영 가능한 대기업 중심 아닌가. 프로 구단과 라면 끓여 먹는 재야 고수 간 괴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e스포츠 저변은 엄청나게 넓지만 이 저변과 프로 e스포츠와의 결합도가 높아져야 활성화되지 않겠나.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극복됐으면 좋겠다.

Q. e스포츠뿐 아니라 축구협회나 KBO 등 다른 스포츠 단체도 비리나 전직 임직원의 배임으로 잡혀 들어갔다. 스포츠계에서 이런 횡령 문제들이 안 일어나도록 할 방법이 없을까.

=요번에 페루가 축구 협회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법률화하려고 시도했는데, FIFA에서는 축구 독립성을 저해한다고 해서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축구협회 투명성을 재고해야하는데, 바깥에서 안을 감시‧간섭한 게 문제로 작용한 것 같다.

협회는 조금 다르다. 축구를 예로 들면 아마추어‧유소년들이 자꾸 육성되어 내부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e스포츠협회는 사무국 제외하고 그 어떤 조직도 없다. 시‧도도 없고 다른 가맹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부 견제가 전혀 안 됐다. 이게 제일 컸다. 내부 자정 능력이 있어야 되는데 능력 형성까지 어느 정도 시간 축적, 룰 축적이 필요하다. 이게 잘 안 됐다.

그래서 시·도별로 단체를 만들고 가맹단체도 조직을 해서 이 거버넌스가 협회를 운영하면서 내부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을 구성해야 한다. 이게 전혀 안 됐다. 축구협회는 자기 왕국을 만든 거 아닌가. 아벨란제(전 FIFA 회장)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는 정몽준-현대 왕국 아닌가. e스포츠 협회는 조금 다르다. 다른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만들어지니까 그런 거다. 

인터뷰=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정리=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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