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가시화…증시 활성화 기대 혹은 우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가시화…증시 활성화 기대 혹은 우려

기사승인 2017-12-02 05:00:00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전망되면서 향후 기업 지배 구조에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600조원이 넘는 국내 증시 최대 운용기관이지만 주주 친화적 행보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ISS 등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될 경우,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기관투자자들도 기존 보다 주주친화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제7차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수익 보호를 통해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투자 회사 가치의 향상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기업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며 “이달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가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향상, 그리고 지속 가능한 기업과 국민경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관투자가의 역할 규범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제고 및 주주가치 향상 등을 위해 영국에서 지난 2010년 첫 도입됐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 1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지난 2014년 일본 아베 정부는 기업 전반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및 경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이 도입된 이후 일본의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배당 지표인 Nikkei 225 Stock Average Index(니케이 지수)는 2년 만에 23.6% 상승했고 기업 배당 증가에 기여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이 기대된다고 전망한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의 본질인 수익률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 3월 정기 주총부터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이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도 “영국 상장사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상장회사의 58%가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투자자의 관여 활동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투기적 성향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M&A(인수합병) 사모펀드의 입김이 기존 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 소버린의 SK텔레콤 지분 인수 사태, 칼 아이컨의 KT&G의 지분 일부 인수 후 경영 개입과 시세차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채택된 2014년 이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팀에 따르면  헤지펀드 ‘써드 포인트’는 글로벌 로봇 제조사 화낙에 대해 주가 하락의 이유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반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을 통해 주주 권리 행사 및 재벌을 견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팀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으로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가시화된다면,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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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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