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장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구애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여러 증권사들이 앞다퉈 홍콩 시장에 진출하려 했으나 일부는 손을 털고 철수했다. 해외 글로벌 증권사와 비교해 규모와 인지도에서 밀리고 있는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홍콩에서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이번 분기 손실을 기록했으나 꾸준한 사업 투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의 홍콩 사업 진출을 두고 현재 수익 보다는 미래가치에 방점을 둔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8곳 기준) 가운데 10억원 이상 손익을 기록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 홍콩 법인 시장에서 268억4000만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부터 홍콩 시장에 진출해 긴 시간을 투자했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의 홍콩법인(NH Investment & Securities(H.K.) Ltd.)은 3분기 60억8500만원의 분기순이익으로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콩법인(Korea Investment & Securities Asia, Ltd.)도 3분기 영업수익 약 28억원, 분기순이익 12억을 냈다.
이밖에 삼성증권(9억953만원), 신한금융투자(4억3300만원), 대신증권(9663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59억2175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는 꾸준히 홍콩 시장에 문을 두드렸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 2012년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거점인 홍콩법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의 홍콩 현지법인, SK증권 홍콩 현지법인 등이 지점을 폐쇄하고 사업에 철수했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홍콩 사업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은 올해 손실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장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5월 홍콩 현지법인인 KB증권홍콩의 자본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904억4000만원 규모)에 참여했다. 또한 8월에는 홍콩법인을 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사무공간과 합치면서 증권과 은행을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인 CIB(기업투자금융) 사업 영역의 폭을 넓히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홍콩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 4개 해외법인에 대한 증자를 추진했다.
국내 증권사의 꾸준한 홍콩 시장 투자는 현재 수익 보다는 미래가치를 방점을 띄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권 금융시장에서 홍콩 시장이 차지하는 입지, 부상하는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계 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기업도 홍콩 IR(사업설명회)를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인지도 면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홍콩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굴지의 글로벌 증권사가 자리잡고 있는 홍콩 시장의 진출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승부하려면 브로커리지가 아닌 IB(기업금융) 쪽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과연 해외 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