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보이’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동생 비교에 울상...후계구도 흔들

‘파파보이’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동생 비교에 울상...후계구도 흔들

기사승인 2017-12-06 05:00:00

안국약품은 지난해 초부터 어진 부회장이 최대주주(현재 22.68%)로 등극하고 전문경영인이 사퇴한 후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했다. 하지만 어진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등장한 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어진 부회장의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적자 기업을 흑자 전환시키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진 부회장의 안국약품은 직원 이탈, 매출원가 감축, 연구비 축소 등으로 내실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어진 부회장을 두고 여전히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파파보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동생인 어광 대표에 그룹 후계 구도의 무게추가 쏠린다는 평이다.  

◇ 안국약품 올해 내실 없는 실적 개선…직원 이탈 업계 최고 수준

안국약품은 올해 1~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345억1043만원, 영업이익 94억7407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6.34%, 549.37% 증가했다.

표면적인 측면만 보면 실적 개선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판권 계약 만료로 인해 실적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회사의 자사 제품들로 매출을 채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 수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안국약품은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요 제약사(20대 기준) 가운데 직원 이탈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안국약품의 총 직원수는 485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551명) 66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직원 수를 늘린 한미약품, 녹십자, 광동제약 등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안국약품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직원 급여를 오히려 삭감했다. 올해 1~3분기 안국약품 직원의 총 급여는 3267만9000원으로 지난해(3531만2000원)에 비해 7.45% 줄었다. 이는 고용 안정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안국약품 관계자는 “그만큼 직원이 나간 만큼 들어 온 이들도 많다. 최근 신입 채용 공채 등도 실시했다”라고 해명했다.

안국약품의 경우 기업이 상품을 제조하는데 투자하는 원가인 매출원가도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원가는 672억6100만원으로 매출(1345억1043만원) 대비 50%다. 지난해 매출(1264억8103만원) 대비 매출원가(755억8676만원) 비중(59.76%)과 비교해 약 9.76% 줄어든 것이다. 

판관비 액수는 지난해 보다 증가했으나 사업 투자에 필요한 직원 교육훈련비와 연구개발비는 대폭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비는 약 2억1053만원으로 지난해(11억8053만원) 대비 82.16% 줄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올해 7.37%로 지난해 3분기(7.94%)에 비해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국약품은 현재 토비콤을 제외하고 내세울 만한 자신만의 상품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판권도 회수됐다. 그렇다고 연구개발에도 크게 투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어진 부회장 vs 어광 대표 실적…“어준선 회장 못마땅해 하시지만”

그동안 안국약품은 어진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주도하고 어준선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오너 경영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6년 1월 전문경영인 정준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인 체제가 됐지만 얼마 못가 정 사장은 자진 사퇴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사실상 어진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했으나 판권 이전 및 경영상 관리로 어닝 쇼크를 맞았다. 안국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지난 201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도입신약의 판권 이전 및 인사 관리에 난국 등을 꼽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국약품은 그동안 다국적제약사로부터 판권을 들여온 도입신약 제품을 통해 실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판권 이전으로 타격을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진 부회장이 인사 및 승진 등 회사 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전문성 및 업무와 무관한 이를 관리에 고용하는 등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오죽하면 그동안 병석에 있던 어준선 부회장이 지난해 회사에 자주 들릴 만큼 신경을 썼다고 한다”라고 거들었다. 

반면 안국약품 그룹 계열사 안국건강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국건강은 어준선 회장의 차남 어광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다. 어광 대표는 안국약품의 지분(3.74%)를 갖고 있다. 

안국건강은 지난 2013년 12월 초 자회사에서 계열회사로 변경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말 매출 125억3415만원 당기순이익 5억4053만원에서 2015년 당기순이익 14억596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4억3495만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4억원을 기록해 2015년(13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어 올해(누적 3분기 기준)는 매출 200억원(203억2612만원), 당기순이익 11억203만원으로 실적을 회복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 안팎에서는 오히려 리더로서 본다면 아버지에 의존하는 어진 부회장 보다는 어광 대표의 역량을 높게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국약품 관계자는 “어진 부회장이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그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어진 부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는 1~2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체계가 잡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국약품과 안국건강의 회사 규모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다. 또한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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