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15일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가족회사 '정강'에서 비롯된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되려 소환 조사를 받는 우 전 수석이 후배 검사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검찰 측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 후배 검사 및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의 비판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되기까지 총 다섯 번의 검찰 소환조사와 세 번의 영장 청구가 있었다. 첫 소환 조사는 지난해 11월. 우 전 수석은 정강 비리와 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 의혹 등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하지만 검찰은 게임회사 '넥슨'과의 강남 부동산 특혜거래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는 등 별다른 소득 없이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첩했다.
우 전 수속은 지난 2월 국정농단 묵인·방조 등의 혐의로 특검에 불려가 두 번째 조사를 받았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당시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담당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검이 수사기간 종료로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서 수사기록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지난 4월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재차 기각했다.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권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하여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국정농단 사태 핵심 인물인 우 전 수석이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되면서 검찰은 '부실수사'와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초동 수사 실패, 부실 수사 등의 오명을 얻은 1기 특수본에 이어 2기 특수본은 전담팀까지 꾸리며 우 전 수석을 정조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 조직 내 이른바 '우병우 라인'도 문제였다. 우 전 수석 관련 수사가 결국 검찰 조직 내부를 향할 것으로 판단,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최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 동력이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