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세이프가드 발동 여파…증권업계 엇갈린 반응

트럼프 행정부 세이프가드 발동 여파…증권업계 엇갈린 반응

기사승인 2018-01-25 05:00:00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태양광 관련주 주가는 하락했다. 

세이프가드 발동이 향후 관련주에 미치는 영향은 증권업계에서도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해당 업종에 대한 미국의 규제 전략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기에 타격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시장에 대한 태양광 관련주의 비중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수출 관련주 가운데 비중이 큰 태양광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화케미칼은 전 거래일 대비 1050원(-2.94%) 하락한 3만4650원에 장을 마쳤다. 태양광 관련 주요 업종 가운데 주가 하락이 가장 큰 곳은 OCI다. 이날 OCI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2000원(-12.29%) 떨어진 15만7000원에 마감했다. 웅진에너지(-5.18%)도 주가가 급락했다. 

태양광 관련주의 주가 하락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물품의 수입이 늘어나 자국 산업에 중대한 손해가 있을 경우 그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이프 가드 발동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세계 무역기구  WTO에 제소하고 보복 관세를 물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업종에 대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세이프 가드 발동 조치는 이미 시장에서 선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미국 시장에 대한 비중이 큰 태양광주는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국 연구원은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업종은 태양광, 전기전자 업종이지만 2017년부터 선반영됐다”며 “시장측면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도 “이번 세이프가드 발표는 미국 태양광 수요 감소라는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이슈로 미국의 태양광 수요둔화와 판매가격 하락을 가정해도 외형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2018년 태양광사업 매출액은 3조5332억원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14.9% 감소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박정우 수석연구원은 “세이프가드가 발동됨에 따라 태양광 업종은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 우려된다”라며 “태양광 셀·모듈 업체의 경우 공급과잉과 더불어 이익마진이 낮은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윤성노 연구원도 “태양광 관련주 가운데 한화케미칼 태양광 부문의 미국 매출비중은 20% 내외”라며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연관이 있는 반도체 및 세탁기 업종의 타격은 제한 적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관련 업종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에서 CE(소비자 가전) 부문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국 연구원은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두 회사가 각각 1억1000만달러, 5000만달러의 비용부담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업이익(각각 53.6조원, 3.3조원)을 볼 때 비용부담이 차지하는 수준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정우 수석연구원도 “세탁기 등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과거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해 WTO에 제소한 경우는 11건이다. 이 가운데 한국정부가 승소한 것은 8건에 달한다. 다만 WTO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WTO 판정에 수긍하더라도 이행까지 수년이 걸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WTO 제소는 국내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국 연구원은 “WTO는 판정 결과까지 3년 정도 소요되며 미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WTO 판결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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