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전을 앞두고 있는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에 대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저평가 보고서로 다시 주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는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보다 높을 만큼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의 절반도 못 미친다.
금융투자업계 및 제약업계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셀트리온 저평가 보고서를 내놓는 것에 대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성장에 대한 외국계투자은행의 견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판단에 차이점 ▲기업의 유동성 등이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 외국계 보고서 셀트리온 목표주가 대폭 하향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1월 26일 종가기준)는 30만원으로 현재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23만6505원) 보다 높다. 시가총액도 36조7999억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전체 5위를 기록해 현대차(33조5921억원)를 일찌감치 따라잡았다.
실적도 창사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별도 기준 실적이 매출액 8289억원, 영업이익 51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각각 43.5%, 104.7% 증가했다.
반면 외국계 보고서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와 비교해도 크게 저조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 제약업체들: 세계 바이오시밀러 폭발적 성장’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23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서는 12만원으로 제시했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27%나 치솟아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36%)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이익 증가 가능성을 고려해도 최근 주가는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평가는 더욱 인색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의 목표가는 8만72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 목표가는 4만800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 작성 기준일인 지난 17일 셀트리온 주가(31만35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13만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4분의 1정도 수준의 목표가를 제시한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이 직접 지출한 연구개발(R&D) 비용은 전체 지출의 27%에 불과했다"며 "2016년 세계 동종 기업의 평균 비율은 81%에 이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그룹은 휴미라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R&D 비용은 손익계산서에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재무제표상으로 흑자를 이어오고 있으나 연구개발비용(3분기 누적 기준 약 1540억7010만) 가운데 76.02%(1171억2570만원)를 비용 처리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돌렸다. 만약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전환했다면 실질적인 실적은 적자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외국계 투자은행 목표주가 대폭 하향 배경…업계 반응은?
셀트리온에 대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목표주가 하향은 전략적 분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셀트리온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평가는 일관적으로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셀트리온의 리포트는 늘 인색했다”라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성장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판단은 국내 증권사와 달리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것 같다”라며 “외국계 투자은행의 입지는 국내와 비교해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러하기에 리포트에 대해 보다 강하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들의 공매도 의혹에 대한 시선도 제기되곤 한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의 경우 외국계 보고서의 부정적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하이닉스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와 기관들이 해당 종목의 주가를 조절하거나 공매도를 취할 때 이같은 방식으로 부정적인 레포트를 내곤 한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다소 고평가됐지만 미래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램시마를 비롯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많기에 향후 미래가치는 있는 편이다”라며 “실질적으로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의약품 여러 개가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인증받은 회사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가운데 셀트리온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도 “셀트리온은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실적으로 증명해왔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도 셀트리만큼 상용화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많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셀트리온이 공개한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상용화된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외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총 11개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은 램시마SC(류마티스 관절염 등), CT-P16 (대장암) 등 6개, 신약 파이프라인은 CT-P26(유방암)를 비롯한 5개로 이뤄졌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