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만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의료기관(인)이 있다면 저는 가증스럽다고 생각합니다.”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생아중환자실 제도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은병욱 대한소아감염학회 보험법제이사(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모든 신생아중환자실이 가진 문제로 인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대표로 참석한 은 이사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책임이 1%라고 한다면, 제도적 책임이 99%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리피드(주사제)를 옮겨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조제실에 클린벤치같은 무균시설이 있어 이곳에서 조제하는 것이지만 현 제도에서는 (시설, 인력 등)여건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은병욱 이사는 “로타바이러스 감염관리는 굉장히 어렵다. 이대목동병원의 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국내 신생아중환자실의 현재 수준이라고 본다. 미국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격리 환경도 훨씬 넓고 의료지원 인력도 많다. 미국처럼 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같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3일 정부는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 단기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의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모두 지키기 어려운 대안이다. 이번 사태는 이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급종합병원을 모두 아우르는 문제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미투운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중증신생아 환자에 치중하도록 대책을 냈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환자는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또 대책이 관리와 규제, 교육에 집중돼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손발이다. 당장 일할 수 있는 직접 간호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 수간호사 등 관리감독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감염관리를 하려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격리 조치해야 하는 수인성 감염환자들을 다인용 병실에 커튼치고 함께 쓰도록 하는 시스템에서 의료인들이 주의를 기울인다고 감염관리가 가능하느냐”며 “지침내리는 것은 좋지만 지킬 수 없는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본인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고 소개한 이혜옥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인력문제를 지적했다. 이 간호사는 “심폐소생술(CPR)을 할 때 적어도 약제계산 담당, 투여담당, 모니터링 및 기록 담당 간호사 3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대병원에서는 2명이 4명 몫을 담당했다고 듣고 놀랐다”며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수가가 아니라 각 부서마다 환자, 간호사, 약사 등 적정 인력의 법제화다. 강제화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의료시스템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시각에 대한 반대 의견과 지적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는 입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앞서 전북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한 민건이 사건 때에도 개인에 책임을 묻지 말라는 여론으로 결국 담당 의료진들은 형사처벌을 면한 바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도 의료진들은 법과 제도 탓을 하며 책임 면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사건 이 아니라 병원의 실수가 빚은 특수한 사건임에도 병원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도 “이번 사건에 있어 의사협회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며 “전문직군의 최고 단체로서 공정성을 지켜야 하고, 회원 권익을 지키는 이익단체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의사협회는 의사 개개인을 넘어서 병원까지 보호하려는 예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인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감염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기관의 안타까운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이로 인해 이대목동병원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각종 개선안에 있어 인력수급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조만간 인력 수급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유가족의 관점을 최대한 살피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