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금융그룹, 나인원한남에 발목 잡힌 부동산 사업

대신금융그룹, 나인원한남에 발목 잡힌 부동산 사업

기사승인 2018-02-07 05:00:00

대신증권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신금융그룹이 오너가 주도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발목을 잡혔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부동산 개발사업 ‘나인원한남’이 난관에 봉착해서다.

현재 나인원한남은 고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주택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더군다나 분양 전망도 밝지 않다. 비슷한 입지 여건인 인근 ‘한남더힐’이 미분양 중에 있어서다. 한남더힐처럼 ‘나인원 한남’이 미분양되면 손실은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개발사업에는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이같은 각종 악재의 원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이어룡 회장과 양홍석 사장 등 대신증권 오너 일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 분양가 책정 논란, HUG와 줄다리기…각종 악재까지 발생

나인원 한남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설 고급주택단지 개발 사업이다. 지하 3층, 지상 5~9층, 9개 동, 전용면적 206~273㎡(공급면적 249~335㎡) 총 335가구 규모의 고급주택이 들어선다. 

대신금융그룹(대신증권)의 계열사(지분 100%) 대신에프앤아이(F&I)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사는 대신에프앤아이의 특수목적법인(SPC) 디에스한남이 맡았다. 또한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은 약 90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통해 조달을 했다. PF주관사(금융주선)는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판매해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았다. 

이처럼 대신금융은 용산구를 대표할 ‘고급주거지’를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세우고 개발을 야심차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분양가 결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개발사 대신에프앤아이가 ‘나인원 한남’이 분양가 책정 문제로 HUG(주택보증공사)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나인원한남은 당초 지난해부터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행사 디에스한남이 책정한 3.3㎡당 평균 분양가 6360만원을 주택보증공사가 거절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발생했다. 

주택보증공사 관계자는 “대신 측에서 내놓은 분양가는 심사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라며 “분양가가 적정하게 책정될 경우 분양보증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분양가 인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고분양가로 인해 분양보증이 연기되면서 대신금융은 매일 1억8000만원을 이자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신에프앤아이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622%로 전년 대비(457%) 약 165%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말 차입금은 2조6091억원으로 개발사업 추진 이전(2015년 말, 1조5638억원) 대비 약 1조원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남외인주택 개발사업 추진으로 확대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향후 신용도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분양가가 할인되면 그만큼 사업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남동 내 A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분양가가 인하될 경우 기존 모델하우스에서 공개된 것과 달리 내부마감자재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 입지 여건도 논란…미분양 가능성도

입지 여건도 논란거리다. 교통과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기존 아파트에 비해 낮은 지대, 도로변 근처에 위치해 차량 분진과 소음 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나인원한남의 지대는 한남대로 보다 낮고 주변의 차 이동이 많기에 소음과 차량 분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재 입주한 한남더힐과 비교해서 입지 여건이 낫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급주택에 입주하는 VIP들은 한강조망 등을 중요시 하는데 한남더힐과 달리 낮은 지대의 특성 상 한강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조망권 프리미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한남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남더힐도 입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미분양 물량이 남아 현재 분양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낫지 않은 나인원한남이 미분양 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홍보 관계자는 “대신에프앤아이는 지분 투자와 후순위 대여로 1500억원을 투입했다. 18개월 이내에 분양 성과가 50% 미만인 경우에는 대신에프앤아이가 시행사에 최대 500억원까지 추가로 후순위 대출을 하기로 했다”면서 “미분양 물량이 많을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양홍석 등 대신금융그룹 오너일가 책임론 솔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신금융그룹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오너일가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어룡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부동산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신에프앤아이는 우리금융그룹의 부실채권관리를 목적으로 2001년 11월 우리금융자산관리로 설립됐다. 이후 2014년 5월 대신증권이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함에 따라 대신증권의 자회사가 됐다. 

대신증권 내부 관계자는 “대신금융그룹의 부동산 사업은 사업 다각화의 목적으로 진행됐다”라며 “다만 내부 직원들의 협의를 통한 방향 설정 보다는 오너일가인 양홍석 사장의 입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다각화 취지는 좋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다소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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