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전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2차 성징이다. 2차 성징은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신체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여자는 유방이 발달하거나 월경이 시작되고, 남자는 근육이 발달하거나 고환과 음경이 커진다. 보통 여자는 만 10세, 남자는 만 12세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만약 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신체적 변화가 찾아 왔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조숙증이란?
사춘기가 남들보다 빨리 왔다고 해서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8세 이전, 남아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났을 때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성조숙증을 가진 아이들은 한 달에 1㎝ 이상 급격하게 키가 자라거나 체중이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여아는 유방이 발달하고 음모가 자라며 초경을 시작하는 경우, 남아는 고환과 음경이 커지고 음모가 발달하며 수염, 변성기 등이 나타났을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 원인은
크게 진성과 가성 두 가지로 나뉜다. 진성은 뇌에서 성호르몬 계통이 자극돼 사춘기가 발달하는 것을 말하며, 가성은 뇌에서 시작하지 않고 고환이나 난소 등에서 성호르몬이 과도하게 생성, 분비돼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진성 성조숙증은 또 특발성과 기질적 원인으로 나뉜다. 특발성 진성 성조숙증은 뇌의 기질적 원인을 배제한 후 진단 내릴 수 있으며, 유전(부모 중 사춘기가 빠르게 진행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만, 생활패턴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질적 원인으로는 ▲뇌종양 ▲종양 이외의 중추신경계 이상 ▲제1형 신경 섬유종증 ▲외상 ▲방사선 조사 ▲뇌염 ▲뇌농양 ▲결핵에 의한 육아종 ▲결핵성 뇌막염 ▲사르코이드증 ▲중추신경계 이상 외 남성화 또는 여성화를 일으키는 질환 등이 있다.
또한 ▲부신 기능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 ▲난소 혹은 고환의 종양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 등이 함유된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가성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은 남아에 비해 여아에서 5배 이상 많이 발생하며, 여아의 경우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진성 성조숙증이 약 80%~95%를 차지한다. 남아는 특발성과 기질적 원인 절반씩 차지한다.
◇치료가 꼭 필요할까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는 “신체 발달이 빠르다고 반드시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평균보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하는 것”이라며 “뇌에 종양이 있는 등 기질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치료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선 나이, 성장 발달 정도, 성(性)선자극호르몬(성호르몬을 자극하는 호르몬) 농도 등이 임상 기준에 맞아야 한다. 기질적 원인은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으로 시행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시켜 성장 발달 시기를 늦추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유도체’를 4주마다 주사한다.
치료 기간은 대게 2~5년이며, 여아는 만 11세 전후, 남아는 만 12세 전후 치료를 종료한다. 이 교수는 “성조숙증으로 신체 발달이 빨리 이뤄지면 조기에 성장이 멈춰 키가 자라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호르몬 치료는 성장 시기를 조절해주는 것”이라며 “따라서 치료 시작과 중단 시기가 중요하다. 치료가 끝나더라도 정상적인 사춘기 시기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관리법
이 교수에 따르면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특발성 진성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비만이다. 지방이 늘면 체형이 변하고 성장 시기가 빨라진다”며 “그만큼 성장이 멈추는 시기도 빨라지기 때문에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작은 경우가 많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은 정상적인 성장과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성조숙증 아동은 겉모습은 조숙해 보이지만 정신연령은 나이와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일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며 “시기에 맞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