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AHA)가 유방암 치료에 시행되는 일부 화학요법이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65세 이상의 유방암 환자는 유방암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1일(현지시간) 학회 저널인 ‘Circulation’에 게재하며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s) 계열 항암제 사용 등 일부 유방암 치료는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따라서 의료진은 유방암 치료 시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항암제, 심장독성 부작용 보고
유방암의 일차적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보조요법으로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등이 시행된다. 실제로 방사선치료와 심장 질환의 상관관계는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좌측 유방암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경우 심장 일부에 방사선이 조사되는데, 심장 세포와 혈관에 영향을 끼쳐 심부전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암 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들은 심장독성 부작용이 있다. 안트라사이클린 계열로 대표되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암세포 사멸 작용이 심장근육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심근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방암 환자에게 과다 발현되는 유전자 단백질 ‘HER-2’를 사멸시키는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은 심장근육에도 존재하는 HER-2 단백질도 사멸시켜 심장 기능에 영향을 끼친다.
◇부작용 낮추는 가이드라인 있어…적정량 약물 투입해야
그러나 이런 부작용을 걱정해 유방암 치료를 하지 않거나 망설이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국대학교병원 양정현 유방암센터장은 “독소루비신은 심장독성 부작용이 있지만 유방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독성이 발생하지 않게끔 소량의 약물을 천천히 주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위험은 낮다”며 “독성을 방지하기 위해 카디옥산(Cardioxane) 등의 심근 보호제를 병용하면 보다 많은 양을 안전하게 주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 시작 전 심장 검사를 먼저 하고, 문제가 있으면 부작용이 낮은 약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HER-2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도 15~20% 정도여서 표적치료제 사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적다”고 덧붙였다.
양 센터장은 “치료를 하면서 심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도록 되어있고, 심부전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중단하거나 양을 조절한다. 부작용에 너무 겁을 먹고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의학과 락스미 메타(Laxmi Mehta) 교수는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유방암 치료는 심장에 잠재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유방암 치료를 하지 않거나 두려워해선 안 된다. 암 치료에 대해 의사와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 유방암 치료 중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은 노년층은 암 치료 중이나 후에 심장 질환 위험 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균형잡힌 식습관, 체중조절, 금연, 운동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