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예산으로 여론조작 등 정치개입을 한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우 편향) 안보교육은 정당한 업무"라는 주장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원 전 원장, 박승춘 전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주요 쟁점에 관한 견해를 들었습니다.
원 전 원장은 국발협 전직 회장들과 공모, 국발협이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안보교육 명목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을 비난하는 강연, 책자 발간 등을 하며 정치개입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 및 법률적으로 모두 다투는 취지"라며 "사실상 안보교육을 정당한 업무라 생각했고 국고손실 혐의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원 전 원장의 사이버 활동과 이 사건 공소사실이 여러 개의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포괄일죄'에 해당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박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법 위반죄에서 박 전 회장은 비 신분범"이라며 "신분범과 공모했다면 언제, 어떻게 공모했는지 등이 공소사실에 나와야 하는데 공소사실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전직 국발협 회장인 이모 전 회장 측 역시 "공모 사실이 없고 책자 발간이나 강연 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설립된 국발협.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박 전 처장을 포함한 국발협 회장단에게 "지난 10년간 좌파정부에서 박힌 대못이 아직도 빠지지 않았으며, 5년 더 지속되었더라면 안보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뻔 했다. 국발협을 통해 학교 등에 직접 찾아가서 활동하면서 전교조 등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안보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국발협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각급 기관과 기업, 학교 등을 돌며 400만명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했습니다. 이들이 만들었던 강의 교재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일성 체제의 장기 존속은 …노무현, 김대중 정권과 같은 좌파정권이 재창출되지 않고는 어려운 탓이며 적어도 보수 정권이 연장된다면 북한 정권은 내부적 모순과 겹쳐져 자폭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정부는 감상적 민족주의에 매몰되어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였으며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했다."
"지난 정부는 2007년 전작권 전환을 결정하면서 향후 북한의 대남위협이 약화되고 북한 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6자회담 파기, 2차 핵실험, 대청해전 도발에 이어 2010년에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해안포 포격 등 예상과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하여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악화시켰다."
노골적인 우 편향 교육이 정당한 업무였다는 원 전 원장. 그러나 여론은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SNS와 포털 사이트에는 “너무 뻔뻔하다” “이자들의 수준은 어디까지인가요” “정부 기관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편향된 강의를 하고 다닌 게 정상이라고?”라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오늘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네티즌의 지적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정당한 업무’라 쓰고, ‘안보교육을 빙자한 정치개입 공작’이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