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음주자 중 20대 대학생들의 음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음을 즐기는 여자대학생은 8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술을 몇 잔까지 마시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 박은철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함께 20일 개최한 ‘대학생 음주행태 현황 및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전국 대학 및 전문대학 재학생(제주, 세종 제외) 총 5024명, 82개 대학(4년제 54개, 전문대 28개)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음주행태 현황 및 개선대책’ 연구에 따르면 음주관련지표 중 ‘1회 음주량’과 ‘고위험음주율’에서 대학생들이 전체 성인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1회음주량은 최근 12개월간 1회 음주량이다. 고위험음주율은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한 분율을 말한다.
1회 음주량의 경우 ‘10잔 이상’ 마신 남자대학생은 44.1%로, 19~29세 남성(32.5%)과 성인남성전체(21.9%)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여자대학생은 32.8%로, 19~29세여성(17.5%), 성인여성전체(6.2%)보다 월등히 높았다.
고위험음주율은 남자대학생이 23.3%로 19~29세 남성(17.7%), 성인남성전체(21.2%)보다 높았다. 여자대학생은 17.2%를 차지했다. 19~29세여성(9.6%)의 2배, 성인여성전체(5.4%)의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2011년 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연구와 비교하면 지난해 1회음주량은 남자, 여자 모두에서 ‘10잔이상’의 1회음주량이 2009년에 대비 높았다. 여자 대학생은 2배 이상 높았다.
적정 음주량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술을 마실 때 한 번의 술자리에서 소주를 기준으로 몇 잔까지 마시면 적절한지에 대해 대학생 절반 이상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캠퍼스 내 시행중인 음주정책에 대해서는 대학생 4명 중 1명 정도만이 캠퍼스 내 음주정책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은철 소장은 “대학생 집단은 사회의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이다. 따라서 대학 절주정책을 통해 대학생들이 적절한 음주교육을 바탕으로 대학생활 동안 올바른 음주행태를 습관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문제음주행태에 노출되기 쉬운 여대생 집단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자리에 참석한 이화여자대학교 제갈정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대학교 집단에게서 문제 음주가 나타난다는 것은 학교 조직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직장인도 사업장, 직업의 특성, 기업 문화에 따라 음주 문화 상황이 다른 것처럼 개인이 속해 있는 환경이나 규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들의 음주 행태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교내 음주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질병관리본부 박상익 내분비대사질환과장은 “최근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주가 필수적”이라며 “음주를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면 정책을 이끌어 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음주 문제를 공공보건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음주와 만성질환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