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의 횡령사건으로 서남대학교가 오는 28일 폐교되자 기존 시설을 이용해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폐교에 따른 지역 상권 붕괴를 막고 공공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의료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용호 무소속(남원·임실·순창)의원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서남대 폐교 이후 대안 모색 토론회 – 지역발전방안 및 공공의과대학 유치 중심’을 개최하고 남원 지역의 공공의과대학 설립 필요성과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병호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원장은 서울과 지자체 상생을 위해 서울시립대 공공의과대학 남원캠퍼스 설립을 제안했다. 강의실과 실습실, 연구시설, 학생후생 시설 등은 서남대 캠퍼스와 서울시립대 시설을 활용하고, 전공의 수련과 임상 실습 등은 서울시 및 지자체 산하 의료원에서 시행한다는 것이다.
최병호 원장은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양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 메르스 등의 전염병을 대응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가 확대돼야 한다”며 “공공보건의료 분야 인력양성의 필요성은 모두들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인력은 1000~2000명 정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의료 취약지역 중심으로 공공목적의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 인재를 선발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무복무를 하게 한다”며 “이를 모델로 삼아 남원캠퍼스 의과대학 학생은 졸업 후 전공의 과정은 서울의료원 등 전국 지방의료원,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수련하고, 전문의 취득 후에는 공공의료분야에서 9년 간 의무 복무를 하게 한다면 서남대 폐교로 인한 손실은 막고, 취약지역의 인력난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원 지역 거점병원인 남원의료원도 남원에 의과대학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영 남원의료원장은 “서남대 의과대학은 의료 낙후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 제공 혜택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설립됐다. 설립취지에 맞게 남원에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며 “공공의료를 해야 하는 남원의료원에서도 현재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의과대학이 있던 남원에 공공의과대학을 유치하는 것은 찬성한다”고 공감을 표하며 “다만 공공의대에서 인력만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력이 공공의료 현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했다.
이재력 사립학교정책과장은 “보건복지부나 서울시립대가 의과대학 설립주체가 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 2023년이면 전국 대학생 10만명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과 대학 수가 줄어들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 당위성과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대는 설립 조건이 까다롭다. 재정 확보와 인가 문제가 있어 지속적 투자와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복지부는 공공성 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유리되고 있는 의대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사 개인의 사명감뿐만 아니라 교육과정과 체계, 교육자에 대한 인센티브까지 갖춰야 한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다시 공개적인 논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자리에 참석한 서남의대 주현수 교수는 플로어 질의에서 “남원에 의과대학이 설립되더라도 2020년까지 2년간의 공백기가 생긴다. 그동안 서남의대 캠퍼스와 고가의 장비 시설이 방치될 것”이라면서 “또 기초의학 교수들은 지금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서남대 캠퍼스에 의생명과학 연구소를 운영해 공백기 동안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력 과장은 “교육부도 서남의대 교수들과 기자재, 연구들이 소실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요한 연구 자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