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국내 공공보건의료 중심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장(이하 NMC)에 정기현 신임 원장이 선임됐다. 정 원장은 2003년부터 전남 순천에서 내일의료재단 현대여성아동병원을 이끌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정 원장은 순천뿐만 아니라 전남 지역 내 의료취약지에서 미숙아와 고위험신생아를 치료하며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00개 병상, 의사 14명 지역 중소병원장이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원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문재인 코드인사’, ‘공공병원 운영 자질’ 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원장은 이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시키고 NMC를 이끌어 나갈까. 21일 NMC 연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나봤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특별히 할 말은 없고, 보여드리면 된다. 시간이 필요하다. 낙하산인지 발탁된 것인지는 결과로 보여주면 정의가 달라질 것이다.
◇자질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담감은 없는가?
일부는 NMC가 큰 권력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의 중추적인 역할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은 무겁지만 걱정은 안 된다. ‘지방 중소병원장이 큰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었다. 건방진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다. 작은 병원이어서 크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해 볼 수 있는 사업들은 다 해봤다.
또 차이는 있겠지만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시스템은 같다. 현대여성아동병원은 소위 ‘돈이 안 된다’고 말하는 소아과와 산부인과로 병원을 운영했다.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비급여는 0.28%였고, 192명의 직원 중에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었다. 병원 수익은 모두 공개했다. 직원들과 ‘신뢰’를 쌓으면서 병원을 유지했고, 그 모습을 통해 지역 사회와 환자들에게서도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고위험산모-신생아치료 등 주산기 사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임기 내 중점 사업으로 고려하고 있나.
지금 당장은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설립 등 주산기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2022년 원지동에 신축 건물이 완공되고 그곳으로 이전하면 고민할 것이다.
일단은 NMC가 진행하고 있던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먼저 하되, 방식을 바꿀 예정이다. 복지부 산하 기관장 간 네트워크를 탄탄하고 내실있게 만들어 각 기관마다 칸막이를 허물겠다. 그렇지 않으면 말만 하고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는다. 또 공공의료원으로서 표준진료지침뿐만 아니라 시설인력, 표준 임금 수준, 장비 등의 기준을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은 어떻게 돼가나.
의료원은 900~1000병상 규모는 돼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타당성 조사 결과 600병상 규모로 건립을 추진해야한다고 했다.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는 일단 확정된 규모로 추진할 것이다.
원장이 되기 전부터 NMC 위상과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단순 이전의 문제를 떠나 그곳에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원지동 이전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새 시작이다. 진료, 교육, 공공의료 인력 양성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NMC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재개원 수준으로 새롭게 짤 것이다.
한편 정기현 원장은 1956년생으로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석사, 고려대 의대 박사를 취득했다. 작년 11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감염병과 재난응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출범시킨 ‘공공의료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